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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Aug 24. 2022

그리우면 우세요

고정희 :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고정희


길을 가다가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너를 향한 기다림이 불이 되는 날

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올라

그 불 다 사그라질 때까지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혔다

네가 태양으로 떠오르는 아침이면

나는 원목으로 언덕 위에 쓰러져

따스한 햇빛을 덮고 누웠고

누군가 내 이름을 호명하는 밤이면

나는 너에게로 가까이 가기 위하여

빗장 밖으로 사다리를 내렸다

달빛 아래서나 가로수 밑에서


불쑥불쑥 다가왔다가

이내 허공 중에 흩어지는 너,

네가 그리우면 나는 또 울 것이다


When I missed you, I cried

                    Koh, Jeong-hee


Suddenly, along the way,

I find you rise up humming in my heart.

When I missed you, I cried.

The day my waiting for you becomes fire,

I rise up again like the wind

To learn how to sleep for myself,

To learn how to stand up for myself,

To find out the way to float off for myself

Until the fire burns low.

In the morning when you arise as the sun

I fall down on a hill like a log

And lie down under the warm sunlight.

At night when someone calls my name,

I take down a ladder out of the latch

Under the moonlight or under the street trees

To get near to you.


You come to me all of a sudden

And scatter in the air soon.

When I miss you, I will cry again.  


그리우면 우세요. 누군가가 가슴에 차올라 견딜 수 없을 때, 마음 깊은 곳에서 참을 수 없이 불덩이가 타오를 때면, 찬바람에 고개를 숙이듯 눈물을 흘리세요. 스스로 잠들고, 일어서고 하늘에 떠오를 수 있을 때까지 울고 또 울어 타는 가슴을 식히세요. 아침의 태양과 밤의 달빛에 설레는 마음으로 그렇게 그리운 그 사람에게 달려가세요. 그는 느닷없이 가슴을 열고 들어왔다가 잃어버린 이름처럼 허공으로 흩어지겠죠. 그러면, 그 그리움에 견딜 수 없다면, 또다시 우세요. 눈물을 흘릴수록 그리움이 더 커지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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