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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Aug 26. 2022

고독의 흔적

김수영 : 나비의 무덤

나비의 무덤

           김수영


나비의 몸이야 제철이 가면 죽지만은

그의 몸에 붙은 고운 지분은

겨울의 어느 차디찬 등잔 밑에서 죽어 없어지리라

그러나

고독한 사람의 죽음은 이러하지는 않다


나는 노염으로 사무친 정의 소재를 밝히지 아니하고

운명에 거역할 수 있는

큰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여기에 밀려내려 간다


등잔은 바다를 보고

살아있는 듯이 나비가 죽어 누운

무덤 앞에서

나는 나의 할 일을 생각한다


나비의 지분이

그리고 나의 나이가

무서운 인생의 공백을 가르쳐주려 할 때


나비의 지분에

나의 나이가 덮이려 할 때

나비야

나는 긴 숲 속을 헤치고

너의 무덤을 다시 찾아오마


물소리 새소리 낯선 바람소리 다시 듣고

모자의 정보다 부부의 의리보다

더욱 뜨거운 너의 입김에

나의 고독한 정신을 녹이면서 우마


오늘이 있듯이 그날이 있는

두 겹 절벽 가운데에서

오늘은 오늘을 담당하지 못하니

너의 가슴 우에서는

나 대신 값없는 낙엽이라도 울어줄 것이다


나비야 나비야 더러운 나비야

네가 죽어서 지분을 남기듯이

내가 죽은 뒤에는

고독의 명맥을 남기지 않으려고

나는 이다지도 주야를 무릅쓰고 애를 쓰고 있단다


The Tomb of A Butterfly

                Kim, Soo-young


A butterfly perishes after its season.

But its sweet powder on the body

Will not disappear under a cold lamp until in winter.

But the death of a lonely man is not so.


Instead of revealing my anger-filled affection

I, with great power

Against destiny,

Am just pushed downward.


While the lamp overlooks the sea,

I think of what I have to do

Before the tomb

Where a dead butterfly lies breathingly.


When the butterfly’s powder

And my age

Are about to tell me the terrible emptiness of life,


When my age is

Heaped by the powder,

Butterfly,

I will come to your tomb

By pushing my way through the thick forest.


Listening again to the sounds of water, birds and the strange wind,

I will cry with my lonely soul melted

By your breath warmer than

Maternal affection and marital ties.


On the middle of a two-layered cliff

Where those days still remain like today

Today will never stand today.

So, on your breast,

Fallen leaves, though priceless, will cry in my place.  


Butterfly, butterfly, dirty butterfly!

You leave your powder after death

But I am trying so hard day and night

Not to leave the vestige of loneliness

After I die.


나비처럼 가벼운 것이 우리네 삶입니다. 참을 수 없는 그 가벼움의 끝에 그나마 나비는 향기를 남기지요. 우리의 삶이 남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저 떠밀려 살아온 삶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나비의 무덤 앞에서 생각합니다. 이제 내게 남아있는 것은 무엇일까? 무엇을 해야 할까? 세월 흘러 삶의 무상함은 알게 되었으니 이제 흐르는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에, 뜨거운 나비의 숨결에 내 영혼을 담글 뿐입니다, 하루하루 살아진 삶의 무덤 위로 낙엽이 집니다. 그래도 나비는 행복했겠지요. 결국에 사라진다 해도 달콤한 향기는 남겼으니까요. 하지만 나는 고독의 흔적은 남기지 않으려 합니다. 향기처럼 사라지지 못하고 언제까지나 내 무덤 위를 떠돌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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