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辯明)
김명철
뿌리는 나무의 키와 품만큼의
깊이와 넓이를 갖는다는데
천년 나무를 캐내어 옮겨 심을 수 있겠니
산맥이 된 나무를 다른 산에 옮겨 심을 수
있겠니
나무에 깃들인
날개와 가을의 저녁과
부리와 침묵과
발톱과 억압과 자유까지도 품고 있는
나의 뿌리
천년 된 너에 대한 내 사랑의 뿌리를 캐내어
다른 곳에 옮겨 심을 수 있겠니
An Excuse
Kim, Myong-cheol
As roots have their depth and width
Depending on how tall and wide trees are,
How can we root up and move a thousand-year-old tree?
How can we transplant the tree which has already become the mountains
To other mountain?
The wings nested on a tree,
Autumn evening,
Beaks, silence,
Toenails, repression and freedom are all included
In my roots.
How can I dig up the roots of my love,
Move and plant them in other places?
뿌리가 깊으면 흔들림이 적습니다. 설사 나뭇가지나 잎사귀가 흔들린들 여전히 한 자리에 우뚝 서있을 수 있습니다. 이미 산과 하나 된 그 뿌리를 어디엔들 새로 심을 수 있을까요? 그렇게 깊고 넓게 뿌리내릴 수 있는 마음이고 싶습니다. 그 뿌리에 삶의 모든 기쁨과 행복, 슬픔과 애환을 담고 흔들림 없이 버텨야겠지요. 내 곁에 없는 사랑하는 사람들, 그들에 대한 나의 마음 역시 흔들리지 않습니다. 결코 어디에도 옮길 수 없는 깊은 사랑의 뿌리를 내리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왜 시의 제목은 '변명'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