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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an 17. 2023

뿌리가 깊으면

김명철 : 변명

변명(辯明)

         김명철


뿌리는 나무의 키와 품만큼의

깊이와 넓이를 갖는다는데

천년 나무를 캐내어 옮겨 심을 수 있겠니

산맥이 된 나무를 다른 산에 옮겨 심을 수

있겠니


나무에 깃들인

날개와 가을의 저녁과

부리와 침묵과

발톱과 억압과 자유까지도 품고 있는

나의 뿌리


천년 된 너에 대한 내 사랑의 뿌리를 캐내어

다른 곳에 옮겨 심을 수 있겠니


An Excuse

       Kim, Myong-cheol


As roots have their depth and width

Depending on how tall and wide trees are,

How can we root up and move a thousand-year-old tree?

How can we transplant the tree which has already become the mountains

To other mountain?


The wings nested on a tree,

Autumn evening,

Beaks, silence,

Toenails, repression and freedom are all included

In my roots.


How can I dig up the roots of my love,

Move and plant them in other places?


뿌리가 깊으면 흔들림이 적습니다. 설사 나뭇가지나 잎사귀가 흔들린들 여전히 한 자리에 우뚝 서있을 수 있습니다. 이미 산과 하나 된 그 뿌리를 어디엔들 새로 심을 수 있을까요? 그렇게 깊고 넓게 뿌리내릴 수 있는 마음이고 싶습니다. 그 뿌리에 삶의 모든 기쁨과 행복, 슬픔과 애환을 담고 흔들림 없이 버텨야겠지요. 내 곁에 없는 사랑하는 사람들, 그들에 대한 나의 마음 역시 흔들리지 않습니다. 결코 어디에도 옮길 수 없는 깊은 사랑의 뿌리를 내리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왜 시의 제목은 '변명'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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