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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an 18. 2023

진정한 사랑은...

김상용, 김상헌의 시조

시조 1


김상용


사랑이 거즛말이 님 날 사랑 거즛말이

ᄭ금에 와 뵈단 말이 긔 더욱 거즛말이

날갓치 자ᆞ감 아니 오면 어늬 ᄭ금에 뵈리오


(사랑한다는 거짓말이, 임이 나를 사랑한다는 거짓말이

꿈에 와 보인다는 말은 그 더욱 거짓말이로다.

나 같이 잠이 오지 않으면 어느 꿈에 보이리오)


Your lie, the lie that you love me:

It is more than a lie to say, in a dream, you see me.

How can I see you in a dream when I can’t sleep at all?



시조 2


김상헌


가노라 三角山아 다시 보쟈 漢江水야

故國山川을 ᄯ거나ᆞ고쟈 하ᆞ랴마나ᆞ간

時節이 하 殊常하ᆞ니 올 동 말 동 하ᆞ여라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을 떠나고자 하랴마는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 둥 말 둥 하여라)


Farewell, Mt. Samgaksan, See again, Hangang River.

How can I be glad to leave the mountains and rivers of my homeland?

But I wonder whether I can come back home or not in these suspicious days.


병자호란 당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버린 충신 김상용, 김상헌 형제의 잘 알려진 시조 두 편이다. 비빈과 대군들을 모시고 강화에 피신했던 김상용은 강화가 함락되자 비감(悲感)한 마음을 금할 길 없어 스스로 화약더미 위에 앉아 불을 댕겨 폭사(爆死)한다.


그의 시조 ‘사랑이 거즛말이...’는 꿈속에서 만난다는 사랑하는 임의 말이 얼마나 거짓인지를 한탄한다. 잠마저 들지 못하니 어찌 꿈속이 있을 손가. 숨결을 느끼고 만질 수 없는 사랑이 어찌 사랑이랴. 세상 이치가 모두 마찬가지. 말로만 하는 효도가 무슨 소용이며, 가슴만 애태우며 눈물짓는 인정이 무슨 인정인가. 한 조각 개떡이라도 나누는 마음이 사랑이고, 우정일진대 우린 모두 말과 마음으로 때우려 하는가!     


김상용의 동생 김상헌은 청나라의 침략에 맞서 싸울 것을 주장한 척화파의 일원이다. 결국 중국 선양으로 끌려가며 언제 돌아올지 모를 고국의 산하에게 작별을 고한다. ‘가노라 삼각산에...’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는 애끓는 나라 사랑의 마음이 절절히 드러난다. ‘내 어찌 사랑하는 나의 조국을 떠날 수 있겠는가. 몸은 끌려가 언제 돌아올지 모르나 마음만은 이곳에 남기리.‘


두 형제의 시조에 담긴 ‘사랑’의 세계는 흡사하다. 임을 꿈에 그리워하듯 조국의 산천을 마음에 남겨두는 것이 어찌 진정한 사랑이겠는가.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사랑만이 오롯이 진실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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