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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an 21. 2023

우린 늘 다시 시작하지요

도종환 : 세월 

벌써 1월의 2/3가 지났습니다. 올해는 유난히 설 명절이 빨라서 1월의 길이가 더 짧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전화기를 열면 새해라고 보내온 인사 문자에 아직도 눈길이 가는데 말입니다. 금년 1월에는 새로운 출발이 두 번이나 되는군요. 새해 첫날과 음력설. 달력의 날짜가 중요한 것은 아니겠지만 한 주도 일요일을 기점으로 쉬어가는 것이니 한 해의 시작과 끝은 나름 의미가 있기도 합니다. 지난 우울한 기억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힘을 얻기도 하는 것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시작은 곧 루틴이 되어버리죠. 그러다 보면 어느새 한 해가 깊어가고 여지없이 끝을 향해 달려가 우린 또다시 새로운 출발점에 서서 숨을 가눕니다. 


독립운동가 월남 이상재 선생이 한 때 이런 말씀을 하셨더군요. “유시무종(有始無終)은 많으나 유시유종(有始有終)은 드물다.” 사람들이 일의 시작은 잘하면서도 그 일을 마지막까지 마무리하여 유종의 미를 거두지는 못한다는 말이지요. 하긴 처음만 거창했다가 용두사미로 끝나는 일들이 어디 한두 가지였던가요. ‘시작은 미약하되 끝은 창대하리라’는 말씀은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믿고 싶은 금언(金言)이자 또한 끝까지 버텨내라는 격려의 말이기도 합니다. 


고대 그리스의 격언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는 없다. 다시 발을 담그더라도 그 강물은 더 이상 같은 강물이 아니고 그 사람 역시 같은 사람이 아니다.” 세월이 꼭 그와 같습니다. 한 번 지나간 세월을 다시 되돌릴 수 없으니까요. 새로이 마음속에 맞이하는 또 다른 시작입니다.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고 내일을 맞으시지요. 곧 루틴으로 변한 들 어떻습니까. 우린 늘 다시 시작하는 존재들 아닌가요?


세월 

     도종환 


여름 오면 겨울 잊고 가을 오면 여름 잊듯

그렇게 살라 한다

정녕 이토록 잊을 수 없는데

씨앗 들면 꽃 지던 일 생각지 아니하듯

살면서 조금씩 잊는 것이라 한다

여름 오면 기다리던 꽃 꼭 다시 핀다는 믿음을

구름은 자꾸 손 내저으며 그만두라 한다

산다는 것은 조금씩 잊는 것이라 한다

하루 한낮 개울가 돌처럼 부대끼다 돌아오는 길

흔들리는 망초꽃 내 앞을 막아서며

잊었다 흔들리다 그렇게 살라 한다

흔들리다 잊었다 그렇게 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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