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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an 23. 2023

산다는 것은 조금씩 잊는 것

시낭송 : 도종환-세월, 이육사-교목

세월

          도종환


여름 오면 겨울 잊고 가을 오면 여름 잊듯

그렇게 살라 한다

정녕 이토록 잊을 수 없는데

씨앗 들면 꽃 지던 일 생각지 아니하듯

살면서 조금씩 잊는 것이라 한다

여름 오면 기다리던 꽃 꼭 다시 핀다는 믿음을

구름은 자꾸 손 내저으며 그만두라 한다

산다는 것은 조금씩 잊는 것이라 한다

하루 한낮 개울가 돌처럼 부대끼다 돌아오는 길

흔들리는 망초꽃 내 앞을 막아서며

잊었다 흔들리다 그렇게 살라 한다

흔들리다 잊었다 그렇게 살라 한다.   


Years

       Doh, Jong-whan


They say that I should live in such a way

As I forget winter in summer, and summer in fall,

Like I don’t remember flowers fallen, with new seeds in hand,

I should forget little by little while living,

Even when I can never forget.

The clouds, waving their hands over and over, tell me to stop believing

The long-awaited flowers will surely come out when summer comes again.

They say living is forgetting little by little.

On my way back after a day’s work,

Worn-out like the peddles in a swiftly-running brook,

I am stopped by some swaying wild flowers who say;

You have to live so, forgetting and shaken,

You have to live so, shaken and forgetting.  


계절이 계절을 덮고 망각은 세월을 잊게 합니다. 어제를 잊듯이 내일 또한 기대하지 말라 합니다. 사는 것은 그저 조금씩 잊는 것이니까요. 무거운 삶의 짐을 지고 걷는 길에서 길가의 꽃조차 말합니다. 흔들리며, 잊으며 그렇게 살아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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