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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an 16. 2023

희망 없이 하는 일, 대상 없는 희망

사무엘 테일러 콜리지 : 희망 없이 하는 일 

Work without Hope

              Samuel Taylor Coleridge


All Nature seems at work. Slugs leave their lair—

The bees are stirring—birds are on the wing—

And Winter slumbering in the open air,

Wears on his smiling face a dream of Spring!

And I the while, the sole unbusy thing,

Nor honey make, nor pair, nor build, nor sing.


Yet well I ken the banks where amaranths blow,

Have traced the fount whence streams of nectar flow.

Bloom, O ye amaranths! bloom for whom ye may,

For me ye bloom not! Glide, rich streams, away!

With lips unbrightened, wreathless brow, I stroll:

And would you learn the spells that drowse my soul?

Work without Hope draws nectar in a sieve,

And Hope without an object cannot live.


희망 없이 하는 일 

                사무엘 테일러 콜리지 


자연의 모든 것들이 움직인다. 달팽이도 제 자리를 떠나고,

벌들은 윙윙거리고 새들은 날갯짓한다. 

허공에 잠자던 겨울은 

미소 짓는 얼굴 위로 봄의 꿈을 담는다. 

그러는 동안 나만이, 유일하게 무기력한 존재로

꿀도 만들지 못하고, 짝짓기도 없으며, 둥지를 짓지도, 노래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난 잘 알고 있다. 꽃잎 날리던 그 언덕 위에 

단물 흐르던 샘이 있었음을. 

오 꽃이여, 피어라! 누구를 위해서든 피어라.

하지만 날 위해서는 피지 않으리! 넘치는 냇물도 흘러가 버리리니!  

메마른 입술, 화관(花冠) 없는 이마로 나는 배회한다. 

내 영혼을 잠들게 하는 주문을 그대는 배우려는가? 

희망 없이 하는 일은 밑 빠진 독에 단물을 채우는 것이고,

대상 없는 막연한 희망은 존재하지 못하리니.  


영국 낭만주의 시대 대표적인 시인이며 이론가였던 콜리지의 시입니다. 1825년 2월 21일로 기록되어 있으니 백 년 전 겨울의 끝자락에 써진 것이군요. 시 속의 계절은 아직은 척박하기만 한 늦겨울이지만 자연 속 모든 생명들은 다시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달팽이, 벌, 새 모두 기지개를 켜고 회색빛 겨울도 오랜만에 미소 띤 얼굴로 봄과의 만남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일까? 나만은 아직도 움직이지 못하네요. 무얼 더 기다릴 것이 있다고 영 제 자리에서 일어설 줄 모릅니다. 예전의 언덕은 여전하군요. 나는 기억하고 있지요. 그 언덕 위로 날리던 꽃잎을, 맑고 투명하게 흐르던 샘물을 말입니다. 꽃은 누구를 위해 피지는 않죠. 그것은 스스로를 위해서만 피는 것이랍니다. 그러니 내 이곳에 있다한들 꽃이 필까요, 샘물이 흐를까요? 마치 마녀의 주문에 걸린 듯 몽롱한 모습으로 배회합니다. 그러다 걸음을 멈춰 기억을 더듬습니다. 아! 그랬군요. 그때는 희망이 있었군요. 무언가에 대한 열정과 필요와 욕망이 있었군요. 그것이 없다면 그 무엇도 이룰 수 없을 그것. 그 희망이 지금은 없는 것이군요. 고개를 들어 한 번 더 생각합니다. 그리고 새삼 깨닫습니다. 희망을 갖기 위해서는 분명한 대상이 있어야 함을. 이젠 희망을 쫓기에 앞서 그것을 깨울 대상을 찾아봐야겠습니다. 그러면 이 늦은 겨울 나 역시 움직일 수 있게 되겠죠. 그것이 생명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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