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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Sep 23. 2022

파도가 메우는 상처

이현실 : 밑줄 

밑줄 

        이현실 


통통배 한 척 

바다에 길게 밑줄을 긋는다

배 지나간 자리마다 

물의 살 터지는 소리 

서둘러 달려와

물살을 아우르는 바다 

갈매기는 울음으로 제 상처를 달래고 

파도는 제 상처를 스스로 여미며

다시 바다와 한 몸이 된다

막막한 세상 

나 어느 곳에 길이 되었던가

그대 상처 어루만져 준 적 있었던가 

누군가의 밑줄도 되지 못한 채 

나, 바다의 밑줄만 따라간다


An Underline

           Lee, Hyun-sil 


A chug boat 

Draws a long underline on the sea.

At every wake 

Is heard the sound of the water being split.

The sea hurriedly rushes 

To soothe the whirling current. 

Seagulls cure their scars with cries

And waves comfort their wounds for themselves

To form a whole with the sea. 

In this hopeless world

Could I be a path somewhere? 

Have I ever touched your scars? 

Far from being an underline for someone

I just follow the line the sea draws. 


작은 통통배 하나 지나간 자리에 흰 자국이 남습니다. 그리고 거대한 물결이 그 갈라진 틈을 메웁니다. 갈매기조차 아파 울던 그 자리이건만 상처 입어 너울대던 파도는 스스로 바다와 한 몸이 됩니다. 이 험한 세상, 나 지나간 자리에는 무엇이 남을까요? 누군가를 위한 옅은 흔적이라도 남길 수 있을까요? 물결처럼 그의 상처를 보듬을 수 있을까요? 멀리 흘러가는 통통배를 그저 눈으로 좇을 뿐 내 가슴의 상처조차 여미어 가리지 못하는 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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