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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Oct 26. 2022

없어서 편안한 삶

김상용 : 남으로 창을 내겠소

남으로 창을 내겠소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 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I will put in a window to the south.

My field being small enough to plow up in a day,

I dig the soil with a pick

And pluck up weeds with a hoe.


I will be firm never to be wheedled by the clouds

And only listen to the singing of the birds in peace.

When corn ripens,

You may come and eat together.


When they ask why I live,

I will just laugh.


가진 것이 없으면 걱정도 적지요. 밭이 자그마하니 소 한 마리 없어도 손으로 땅을 파고 풀을 뽑습니다. 하늘에 떠가는 흰 구름에 설렘도 잠시 재잘대는 새소리에 마음이 평화롭습니다. 옥수수가 익으면 친구들을 불러야겠습니다. 함께 웃으며 옛 얘기라도 나누면 좋겠지요. 누군가 왜 사냐고 물으면 그냥 웃으려 합니다. 어찌 웃지 않을 수 있을까요. 가진 것이 없어서 편안한 삶이라니 웃음만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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