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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Nov 02. 2022

물처럼 밀려와도 두렵지 않은 곳

이정하 :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이정하


낮은 곳에 있고 싶었다

낮은 곳이라면 지상의 그 어디라도 좋다

찰랑찰랑 물처럼 고여 들어

네 사랑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한 방울도 헛되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할 수만 있다면

그래,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

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 배우겠다는 뜻이다

나의 존재마저 너에게 흠뻑 주고 싶다는 뜻이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To a Low Place


I want to stay at a low place.

Any low place on earth.

If only I could accept your love into my whole body.

If only I could prevent only a drop of your love from trickling down.

Your love softly permeating like water.

Yes, to be in a low place means

To completely learn myself for you,

To fully give my own being to you.

 I am not afraid to be drowned,

So rush to me like water.


낮은 곳에 있어서 당신의 사랑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사랑의 단 한 방울도 흘리지 않을 수 있다면... 낮은 곳은 언제나 희망입니다. 사랑입니다. 기대이며 가능성이고, 배려이며 예의입니다. 그래서 낮은 곳은 언제나 안전합니다. 그곳은 온전히 나다운 나를 찾을 수 있고, 내 모든 것을 기꺼이 바칠 수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언제나 그곳에 있고 싶습니다. 죽음마저 두려움 없이 받아들일 수 있으니 당신은 그저 오기만 하면 됩니다. 물처럼 밀려들어도 두렵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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