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있는 것이 아름다운...
오세영 : 가을에
가을에
오세영
너와 나
가까이 있는 까닭에
우리는 봄이라 한다.
서로 마주하며 바라보는 눈빛
꽃과 꽃이 그러하듯...
너와 나
함께 있는 까닭에
우리는 여름이라 한다.
부벼대는 살과 살 그리고 입술
무성한 잎들이 그러하듯...
아, 그러나 시방 우리는
각각 홀로 있다.
홀로 있다는 것은
멀리서 혼자 바라만 본다는 것
허공을 지키는 빈 가지처럼...
가을은
멀리 있는 것이 아름다운
계절이다.
In Autumn
O, Se-young
As you and I
Come up close to each other,
We call it spring;
Like the eyes facing each other
And flowers looking at each other.
As you and I
Stay together,
We call it summer;
Like touching bodies and lips
And thick leaves.
Ah, now
Each of us stands alone;
To be left alone
And to gaze away, lost in reverie,
Like empty branches in the air.
Autumn is
The season when
Things far away are beautiful.
사람에게는 세 가지 행복이 있다죠. 서로 그리워하는 것, 서로 바라보는 것 그리고 서로를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 하지만 시인의 그리움은 행복하지만은 않은 것 같네요. 봄에는 서로를 바라보고, 여름에는 서로를 탐닉하고, 가을에는 헤어져 홀로 외로운 것. 하지만 시인은 애써 가을에는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름답다고 합니다. 멀리 바라보아도 타오르는 그리움의 실체, 그것이 아름다움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곧 다가올 겨울에는 얼마나 쓰라릴까요. 그리움과 탐닉 그리고 외로움 마저 모두 다 겨울의 세찬 바람에 날리고 쏟아지는 흰 눈이 세상을 망각으로 덮어주면 좋겠습니다. 외로움도 아픔도 더럽고 추한 욕심마저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