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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Nov 09. 2022

멀리 있는 것이 아름다운...

오세영 : 가을에

가을에

         오세영


너와 나

가까이 있는 까닭에

우리는 봄이라 한다.

서로 마주하며 바라보는 눈빛

꽃과 꽃이 그러하듯...


너와 나

함께 있는 까닭에

우리는 여름이라 한다.

부벼대는 살과 살 그리고 입술

무성한 잎들이 그러하듯...


아, 그러나 시방 우리는

각각 홀로 있다.

홀로 있다는 것은

멀리서 혼자 바라만 본다는 것

허공을 지키는 빈 가지처럼...


가을은

멀리 있는 것이 아름다운

계절이다.


In Autumn

          O, Se-young


As you and I

Come up close to each other,

We call it spring;   

Like the eyes facing each other

And flowers looking at each other.


As you and I

Stay together,

We call it summer;

Like touching bodies and lips

And thick leaves.


Ah, now

Each of us stands alone;

To be left alone

And to gaze away, lost in reverie,

Like empty branches in the air.


Autumn is

The season when

Things far away are beautiful.


사람에게는 세 가지 행복이 있다죠. 서로 그리워하는 것, 서로 바라보는 것 그리고 서로를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 하지만 시인그리움은 행복하지만은 않은 것 같네요. 봄에는 서로를 바라보고, 여름에는 서로를 탐닉하고, 가을에는 헤어져 홀로 외로운 것. 하지만 시인은 애써 가을에는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름답다고 합니다. 멀리 바라보아도 타오르는 그리움의 실체, 그것이 아름다움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곧 다가올 겨울에는 얼마나 쓰라릴까요. 그리움과 탐닉 그리고 외로움 마저 모두 다  겨울의  세찬 바람에 날리고  쏟아지는 눈이 세상을 망각으로 덮어주면 좋겠습니다. 외로움도 아픔도 더럽고 추한 욕심마저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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