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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Nov 24. 2022

풀꽃처럼 떠나면서 사는 거겠죠

이해인 : 풀꽃의 노래

풀꽃의 노래

          이해인


나는 늘

떠나면서 살지


굳이

이름을 불러 주지 않아도 좋아


바람이 날 데려가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새롭게 태어날 수 있어


하고 싶은 모든 말들

아껴둘 때마다

씨앗으로 영그는 소리를 듣지


너무 작게 숨어 있다고

불완전한 것은 아니야

내게도 고운 이름이 있음을

사람들은 모르지만

서운하지 않아


기다리는 법을

노래하는 법을

오래전부터

바람에게 배웠기에

기쁘게 살아갈 뿐이야


푸름에 물든 삶이기에

잊혀지는 것은

두렵지 않아


나는 늘

떠나면서 살지


Song of Wild Flowers

               Lee, Hye-in


I always live

While I leave.


Don’t insist on

Calling my name.


Wherever the wind leads me,

I could be born again.


Whenever I spare

Every word I wish to say

I hear them ripen like seeds.


Even if I’m too small to be noticed,

I’m not incomplete in any way.

They don’t know

I have a pretty name, too,

But I never feel sorry for that.  


I am just living happily

As I have learned from the wind

How to wait

And how to sing

Long since.


I’m not afraid

Of being forgotten

As my life has already been colored blue.


I always live

While I leave.


우리는 늘 떠나면서 사는 것이지 모릅니다. 쉬이 피었다 지는 풀꽃처럼 말입니다. 내 이름 알아 불러줄 사람 없어도 그저 바람 부는 대로 흔들리며 살아가는 것이겠죠. 괜찮습니다. 내 속의 씨앗이 영글어 작은 풀꽃이라도 되었으니 만족할 수밖에요. 이렇듯 기다리면서, 노래하면서 즐겁게 살아가렵니다. 잊힌다 한들 살면서 지녔던 내 푸르름은 여전히 남아있을 테니까요. 우리는 모두 풀꽃처럼 떠나가며 사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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