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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Dec 15. 2022

눈(雪)은 살아있다

김수영 : 눈 

    김수영


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詩人)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자고 마음 놓고 마음 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靈魂)과 육체(肉體)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


Snow

     Kim, Soo-young


Snow is alive.

Fallen snow is alive. 

Snow fallen on the ground is alive. 


Let us cough.

Young poet, let us cough.

On snow let us cough. 

With snow watching, freely and freely enough

Let us cough. 


Snow is alive. 

For soul and body that has forgotten death,

Till the early morning snow is alive. 


Let us cough.

Young poet, let us cough. 

Seeing the snow,

Let’s cough up the phlegm from the heart

Freely all through the night. 


흰 눈이 온 산하를 덮으면 세상은 백색의 순수가 됩니다. 더럽고 추한 세상의 속살을 감추고 지나온 계절의 아픔마저 잊어버립니다. 순수와 망각의 눈 위에 기침을 합니다. 보란 듯이 맘껏 기침을 합니다. 내 속의 모든 것이 튀어나와 눈 속에 묻힙니다. 가려집니다. 젊은 시인은 밤 동안 담배 연기로 꺼멓게 덮인 목과 가슴에 끓던 가래를 뱉어냅니다. 허위와 위선에 가득했던 그의 시구(詩句)를 지우듯 끓어오르는 분노와 비애를 토해냅니다. 비로소 영혼은 정화되고 육체는 다시 살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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