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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Dec 13. 2022

내 마음속 어둠

임이나 : 자화상

자화상

      임이나


나의 마음속에는 열쇠를 찾는 문이 있어요.

문턱에는 묻어주지 못한 나방의 시체가 누워있지요

인간으로서 태어나 살아난다는 것은

인간에 대한 애정을 잃어가는 일이에요

그러나 정원의 풀은 계속 자라지요

나의 심장은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태아처럼

어딘가에 무참히 버려져야 했어요

완벽히 소독된 이 세상은 나에게 생기를 줍니다

소독약 냄새는 독하지만 참 좋거든요

나방의 시체는 그냥 잊어버릴 만큼

마음이 약할수록 눈은 똑바로 뜨고

살 수밖에 없나 봐요

내 안에 어둠이 무섭거든요

가만히 있으면 가만히 로 아니까

나보고 본때를 보여줘야 한 대요

그러면 나는 그저 눈을 감습니다

나의 본때는 나의 어둠이거든요

아무에게도 보여줄 수가 없어요


A Self-Portrait

           Im, I-na


In my mind is a door seeking for a key.

On the threshold lies an unburied dead body of a butterfly.

To be born and live as a human being is

To be losing the affection for humans.

But the grasses in the garden continue to grow.

My heart, like an abandoned newborn,

Had to be deserted somewhere.

The completely disinfected world gives me life

As the smell of an antiseptic is strong but good

Enough to forget the carcass of the butterfly.

As a weak-spirited being, I had to live

With my eyes wide open,

Because I am scared of the darkness in me.  

I’m often asked to show who I am

Because, if I keep still, they steal what I’ve got.

Then, I just close my eyes.

All I’ve got is my darkness

That cannot be shown to anybody.  


누구나 마음속에 어둠 하나는 품고 살지요. 시인은 그 어둠의 역설로 시작합니다. ‘열쇠를 찾는 문.’ 해결되지 않은 채 남은,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줄 열쇠는 과연 있을까요. 미처 묻지 못한 나방의 시체, 버려진 심장, 잃어가는 애정... 그 어둠 속에서도 시인은 정원의 풀들이 살아있음을 느끼나 봅니다. 나방의 시체 정도는 잊을 만큼 인위적인 청결에 길들여진 자신을, 세상의 어둠을 경계하는 자신을, 내 안의 더 깊은 어둠을, 굳이 드러내지 못함을 아쉬워하지요. 그래서 그저 눈을 감습니다.      


* 위의 영문은 브런치 작가이신 또롱이님의 시를 영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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