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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Dec 07. 2022

이창훈 시인의 '눈사람'

눈사람 

      이창훈 


나무가 되고 싶었지만 

사람이 되고 말았다


사계절이란 

나의 사전에 없는 말 


내 생은 

온종일 겨울이었으나


내 사랑은 

언제나 따스했다 


A Snowman

        Lee, Chang-hoon 


I wanted to be a tree

But I was made a man. 


There is no such word in my dictionary

As Four Seasons. 


My life was 

Winter all day


But my love was

Always warm. 


눈사람은 나무가 되고 싶었네요. 하긴 눈 내리는 저녁 하얀 눈을 받쳐 쓴 나무의 위엄을 누군들 동경하지 않았으려고요. 한낮의 태양이 비추면 보석처럼 빛나던 나무 위에 쌓인 눈, 밤에도 여전히 세상을 밝히던 나무와 눈. 그렇게 나무가 되고 싶었는데 사람의 모습이 되었네요. 눈과 코, 입까지 영락없는 하얀 피에로예요. 하지만 난 겨울에만 살아있답니다. 계절이 네 개인지는 정말 몰랐어요. 겨울과 함께 한 삶이지만 눈으로 만들어진 나의 몸과 나를 빚은 그들의 사랑 때문에 내 사랑 역시 늘 따뜻했답니다. 


이제 눈사람의 계절이 오네요. 이창훈 시인의 또 다른 ‘눈사람’이 너무 따뜻해서 외투도 없이 어린 시절의 골목을 한참 서성거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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