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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ul 19. 2023

지금, 이 순간을 잡으세요

서문행 : 작자 미상, 악부에 수록된 옛 한시

서문을 나서며


서문을 나와 걸으며 생각하노니

오늘 즐기지 못하면

다시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가.                

무릇 즐거움을 누리려면

마땅히 때에 미치도록 할지어다.

어찌 앉아서 걱정 근심하며

오는 시간을 기다리려 하는가.

술 마시자, 살찐 소 구워라.

마음속 친구들 불러야만

근심 걱정 풀 수 있으리

백 년도 못 사는 인생이

천 년 근심 늘 안고 있어라.

낮 짧고 밤 길어 괴로우니

어찌 촛불 밝혀 놀지 않으리.

선인 왕자교도 아닌 우리가

수명 따위 헤아려 놀기를 기약하랴.

우리의 수명 쇠나 돌 같지 않으니

일 년의 목숨인들 기약할 수 있겠는가.

재물에 마음 두어 비용을 아낀다면

후세의 비웃음거리가 될 뿐이리.


西門行(서문행)


出西門步念之(출서문보염지)   

今日不作樂(금일부작락)         

當待何時(당대하시)               

夫爲樂(부위락)

爲樂當及時(위락당급시)         

何能坐불鬱(하능좌불울)         

當復待來玆(당부대래자)         

飮醇酒炙肥牛(음순주자비우)   

請呼心所歡(청호심소환)         

可用解愁心(가용해수심)         

人生不滿百(인생불만백)         

常懷千歲憂(상회천세우)         

晝短苦夜長(주단고야장)         

何不秉燭遊(하불병촉유)         

自非仙人王子喬(자비선인왕자교)  

計會壽命難與期(계회수명난여기)  

人壽非金石(인수비금석)          

年命安可期(연명안가기)          

貪財愛惜費(탐재애석비)          

但爲時世嗤(단위시세치)          


Walking out of the West Gate

                        Anonymous


I walk out of the West Gate. thinking,

If I could not seize the day,

How long should I wait?  

If you want to have fun,

Do not miss the right time.

Why do you sit and worry about

When time will come?

Drink sweet wine, roast a fat cow!

Invite some old friends

Who can soothe your cares and worries.

Living less than a hundred years,

You always carry the worries of a thousand years.

As the day is short and the night long,

How can we stop playing under the candle light?

Not being Prince Kyo, the immortal wise man,

How can we expect to enjoy long in a short life?

Not being stones and metals,

We can never be sure of living a year.

If you don’t spend enough, grudging your money,

You would be a make-game to coming generations.  


한 무제가 만든 관청 악부(樂府)는 민간에서 불리던 노래를 수집하고 정리했습니다. 이 시가집(詩歌集)을 관청의 름을 따 ‘악부’라 불렀는데 한시(漢詩)의 한 형태로 오랫동안 전해지고 있지요. ‘짧은 인생 마음에 근심 걱정 가득 품고 살면 무슨 낙이 있겠는가?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라는 것이 이 시의 주제입니다. 17세기 영국의 왕당파 시인들 가운데 로버트 헤릭(Robert Herrick)이라는 시인이 있었죠. 그의 시 가운데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에 등장해 유명한 구절이 있습니다.


Gather ye rose-buds while ye may,

Old Time is still a-flying;

And this same flower that smiles today

Tomorrow will be dying.


할 수 있을 때 장미 꽃봉오리를 모으세요.

시간은 끊임없이 흐르니

오늘 미소 짓는 이 꽃도

내일이면 시드니까요.


카르페 디엠(Carper Diem), 즉 ‘오늘을 즐겨라’(Seize the Day)라는 왕당파의 정신이 잘 드러난 시였지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금’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내일이면 늦을지 모릅니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즐기세요. 살아있음을 느끼세요. 여전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믿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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