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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May 26. 2024

떠나고픈 마음, 만나고픈 얼굴

추억 : 나태주 

추억  

         나태주


어디라 없이 문득

길 떠나고픈 마음이 있다

누구라 없이 울컥

만나고픈 얼굴이 있다


반드시 까닭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분명히 할 말이

있었던 것은 더욱 아니다


푸른 풀밭이 자라서

가슴속에 붉은

꽃들이 피어서


간절히 머리 조아려

그걸 한사코

보여주고 싶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Memories 

     Na, Tae-joo 


I have an occasional mind

To leave for somewhere.

I have an abrupt wish to see a face  

Whoever it my be.


There is no reason 

At all.

There is nothing to say 

Whatever. 


When green grasses grow, 

And red flowers bloom

Deep in my heart, 


I feel like showing 

Those old days

By all means

With my head down.

                            (Translated by Choi)  


엣 기억이 문득 떠오르는 순간이 있지요. 어린 시절 한 없이 높아 보였던 그 돌산, 그 바위에 기대어 친 텐트 속에 살던 그 친구, 그가 찬장 꼭대기에서 꺼낸 설탕가루를 물에 타 내게 내밀며 짓던 미소,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도록 뛰어다니며 뱅뱅 맴돌던 그 여자 아이의 고운 얼굴... 세월을 격해 시도 때도 없이 떠오르는 많은 기억들, 모습들, 장소와 냄새 그리고 빛깔들, 그 추억이라 불리는 모든 기억들이 스칠 때면 아련한 그리움이 솟아오릅니다.


추억의 소환에는 이유가 없지요. 그저 우연히 마주친 작은 자극들이 언제든 무턱대고 기억의 상자를 흔들어대는 것이니까요. 어느 날 마음속에 푸른 풀밭이 펼쳐지고, 붉은 꽃잎이 날리면 시인은 고개 숙이고 추억을 불러냅니다. 그 좋았던 시절, 그 그리운 순간들을 애써 불러내어 다시 보고 싶어 하는 것이죠. 다시 붙들고 싶어 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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