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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Sep 24. 2024

비눗방울처럼, 눈사람처럼

'사랑하고, 떠나버리는' : 손시나

사랑하고, 떠나버리는

                 손시나


비눗방울을 부는 아이처럼

사랑하고, 떠나버리는 이여


고개 돌려 바라볼 빛이여

말갛게 빛나고 투명한 마음이여

멀리 가지 못하고 닿아 부서질 순간이여


작은 눈사람을 만드는 아이처럼

사랑하고, 떠나는 이여


곧 사라질 줄 알면서도

시린 손을 참고 빚어낸 희망이여

지는 해에도 녹아내릴 여린 숨결이여


사랑하고, 떠나버리는 모든 이들이

사랑하고, 여기 남겨진 모든 것들이

아직도 사랑이란 이름으로 불리길 원하는 감정들로부터 모두 자유롭게 하소서


작고 작게 부서지고 흩어져서

고운 모래알처럼 펼쳐지고는

조용히 반짝이게 하소서

홀로 훌쩍이게 하소서


To Love, To Leave

            Sohn, Shin-a


Like a child blowing soap bubbles,

You love and leave.


The light I turn around and see,

The mind, crystal shining and pure,

The moment, never going too far, to be touched and crushed.


Like a child to make a little snowman,

You love and leave.


Hope built with chilled hands

Likely to go away very soon,

And fragile breath to be melted even in the setting sun.


Everyone to love, and to leave

Everything to love, and to be left here,

Let all of them be free from the emotions still wishing to be called Love.  


Let them be broken and scattered piece by piece

And spread like fair grains of sand.

Let them be shining silently

And sobbing alone.  

(Translated by Choi)


아이의 순수한 동심으로 날리던 그 아름다운 색채의 비눗방울들은 뒤돌아보는 순간 이미 깨어져 버립니다. 언 손 녹여가며 만든 눈사람도 어느덧 석양빛에도 녹아내려 사라집니다. 사랑은 그렇게 잠시 동안 아름답다가 떠나가는 것이겠지요. 가버린 사람, 남겨진 모든 것들이 그렇듯 짧은 사랑의 환상 속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깨어지고 흩어져 작은 모래알처럼 말없이 빛나기를! 그렇게 홀로 눈물짓기를!


* 위의 영문은 9월 22일 자 브런치스토리에 게재된 손시나 작가의 詩 ‘사랑하고, 떠나버리는’을 영어로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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