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박금숙
나,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다 했더니
가을이다
누구에게도 손짓하지 않겠다고
멀뚱히 바라보던
창문 하나 닫은 것뿐인데
가을이다
하늘빛 곱다
편지 한 장 써놓고
마지막이라 했더니
가을이다
뭉게구름처럼
가슴 엉클지 않겠다고
문득문득
하늘 올려다본 것뿐인데
가을이다
함께 걷던 길
불현듯 혼자임을 깨닫고 보니
가을이다
훌훌 가벼워지고 싶어
바스락,
낙엽 한 잎 밟은 것뿐인데
가을이다.
Autumn
Park, Kum-sook
When I barely tell
I never miss anyone,
It’s autumn.
When I only close the window
I blankly stare
As if to think I’ll never wave at anyone,
It’s autumn.
When I write a letter
That says the blue sky is so fair
And that this is the last,
It’s autumn.
When I often look up at the sky
And promise
That I’ll never let my mind tangled
Like woolly clouds,
It’s autumn.
When I suddenly realize that I am alone
On the road we walked together,
It’s autumn.
When I, wishing to shake troubles off,
Just tread on a fallen leaf
And make a rustling sound,
It’s autumn.
외롭지 않다고, 누구도 그립지 않다고 했더니 가을이군요. 고운 하늘빛 아래 마지막 편지를 띄우니 가을입니다. 하늘 보며 마음을 다스리려 했더니 벌써 가을인가요? 함께 걷던 길 혼자 걸으니 아직도 가을입니다. 모두 잊고 바스락 낙엽을 밟았더니 가을입니다. 언제 왔는지 모르게 다가온 가을, 그 가을엔 모든 것을 보내야 하겠습니다. 보내버려 다시 아름다울 수 있는 시간을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