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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Sep 22. 2024

...했더니 가을이다

가을 : 박금숙

가을

        박금숙


나,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다 했더니

가을이다

누구에게도 손짓하지 않겠다고

멀뚱히 바라보던

창문 하나 닫은 것뿐인데

가을이다


하늘빛 곱다

편지 한 장 써놓고

마지막이라 했더니

가을이다

뭉게구름처럼

가슴 엉클지 않겠다고

문득문득

하늘 올려다본 것뿐인데

가을이다


함께 걷던 길

불현듯 혼자임을 깨닫고 보니

가을이다

훌훌 가벼워지고 싶어

바스락,

낙엽 한 잎 밟은 것뿐인데

가을이다.


Autumn

     Park, Kum-sook


When I barely tell

I never miss anyone,

It’s autumn.

When I only close the window

I blankly stare

As if to think I’ll never wave at anyone,

It’s autumn.  


When I write a letter

That says the blue sky is so fair

And that this is the last,

It’s autumn.  

When I often look up at the sky

And promise

That I’ll never let my mind tangled

Like woolly clouds,

It’s autumn.   


When I suddenly realize that I am alone

On the road we walked together,

It’s autumn.

When I, wishing to shake troubles off,

Just tread on a fallen leaf

And make a rustling sound,

It’s autumn.  


외롭지 않다고, 누구도 그립지 않다고 했더니 가을이군요. 고운 하늘빛 아래 마지막 편지를 띄우니 가을입니다. 하늘 보며 마음을 다스리려 했더니 벌써 가을인가요? 함께 걷던 길 혼자 걸으니 아직도 가을입니다. 모두 잊고 바스락 낙엽을 밟았더니 가을입니다. 언제 왔는지 모르게 다가온 가을, 그 가을엔 모든 것을 보내야 하겠습니다. 보내버려 다시 아름다울 수 있는 시간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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