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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Oct 17. 2024

오면 와서 좋고, 떠나면 떠나서 좋았던...

시(詩)?

대관령


굽이굽이 길기도 긴

대관령을 넘는다 


오면 와서 좋고 

떠나면 떠나서 좋았던 

마음의 고향

4월에 눈발 나리던

가파른 옛길 

산신(山神) 사시는

신비한 성산(聖山) 

가려하면 못 가지 않을 터

굳이 돌아가지 않는 길

정상에 오르면 

그리움 저는 강릉(江陵)이 한 눈

경포 호(湖) 가슴에 품고

태고(太古)의 업보(業報) 지었으니

아는 듯 모르는 듯 

흐르는 저 길에 뭉친 

수많은 이야기

그 속을 

서두르지 않고 급하지 않게


설악(雪嶽)의 세찬 바람 

쌓인 눈 파고드니 

아쉬운 세상사 

돌이켜 무엇하리 

아픈 다리 동여매고

책보 둘러메고 

글공부하러 밤낮을 오르던 길 

친정집 그리워 

한발 한발 내딛던 길 

가도 가도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구름에 떠가는 길

고개 들어 멀리 바라보면

아득한 산맥, 깊은 계곡 

임과 함께 오르던 고개

이제 홀로 남겨지니 

외로움만 가득한

잊혀진 세월


마음에 담긴 추억의 장소가 한 곳은 있다. 짝사랑했던 여자아이에게 말 한마디 못하고 돌아섰던 골목, 실없이 친구와 다투고 눈물짓던 커다란 대문 앞. 꿈속에서 보았던 아득히 먼 이국(異國)의 하늘... 무수한 이야기들 품은 기억 속의 장소들. 하릴없이 돌고 도는 그 자리, 그곳을 가슴에 담아두고 오늘도 그저 추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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