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대관령
굽이굽이 길기도 긴
대관령을 넘는다
오면 와서 좋고
떠나면 떠나서 좋았던
마음의 고향
4월에 눈발 나리던
가파른 옛길
산신(山神) 사시는
신비한 성산(聖山)
가려하면 못 가지 않을 터
굳이 돌아가지 않는 길
정상에 오르면
그리움 저는 강릉(江陵)이 한 눈
경포 호(湖) 가슴에 품고
태고(太古)의 업보(業報) 지었으니
아는 듯 모르는 듯
흐르는 저 길에 뭉친
수많은 이야기
그 속을
서두르지 않고 급하지 않게
설악(雪嶽)의 세찬 바람
쌓인 눈 파고드니
아쉬운 세상사
돌이켜 무엇하리
아픈 다리 동여매고
책보 둘러메고
글공부하러 밤낮을 오르던 길
친정집 그리워
한발 한발 내딛던 길
가도 가도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구름에 떠가는 길
고개 들어 멀리 바라보면
아득한 산맥, 깊은 계곡
임과 함께 오르던 고개
이제 홀로 남겨지니
외로움만 가득한
잊혀진 세월
마음에 담긴 추억의 장소가 한 곳은 있다. 짝사랑했던 여자아이에게 말 한마디 못하고 돌아섰던 골목, 실없이 친구와 다투고 눈물짓던 커다란 대문 앞. 꿈속에서 보았던 아득히 먼 이국(異國)의 하늘... 무수한 이야기들 품은 기억 속의 장소들. 하릴없이 돌고 도는 그 자리, 그곳을 가슴에 담아두고 오늘도 그저 추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