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용훈 Nov 05. 2024

꿈은

꿈이 몹시 번잡했는데

깨어나니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가끔 선명히 떠오를 때도 있지만

오늘은 아주 캄캄하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일까

잊고 싶은 것일까

꿈은 그저 꿈일 뿐인데

자면서도 나는 웃고 웃는다

무채색의 꿈

흑백으로 마주하는 무의식

호수도, 그 속에 잠기는 풍경도

흐릿한 회색이다

어제도 내일도 보정(補整)된 시간

오늘만이 까칠하게 색깔을 입는다

가파른 벼랑에서 떨어진다

벗은 몸으로 거리를 걷는다

두근거리는 심장의 고동

두렵고 난감하다

‘이건 꿈이야. 얼른 깨어나'

꿈에서 벗어나 안도한다

다시 잠들면 이어지지 않는 꿈

한 번 꾸고 마는 지워진 의식

질기게 남은

망각의 잔영(殘影)

도화지 위 미완(未完)의 수채화

어제가 된 오늘, 오늘이 된 내일이다

꿈은.

죽어도 살아있는 것

잊어도 떠오르고

떠나도 남아있는 것

목이 마르다

자리끼로 손을 뻗어

움켜쥔 추억은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사라진다

상념 중에 문득

흩어진 꿈의 조각

왜 이리 질긴지

왜 이리 아픈지

세월의 혼재(混在)

실향(失鄕)의 상처이다

꿈은.

작가의 이전글 이별(離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