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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Nov 06. 2024

한강 작가의 '괜찮아'

가슴 저린 그 한 마디

괜찮아

       한강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 질 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한강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에 수록됨


It’s Okay

        Han, Kang


Two months after my baby was born

He cried every evening.

Not hungry,

Not sick,

Without any reason,

He cried continually for three hours from dusk to night.


Fearing my baby would disappear like a bubble,

I hugged him with my arms

And endlessly walked around the house and asked

Why.

Why.

Why.

My tears dropped

And used to be mixed with his.  


One day

I happened to say

Without being taught by any one

It’s okay.

It’s okay.

It’s okay now.


Honestly

He never ceased to cry

Rather

It eased my tears

Then, in a strange coincidence,

My baby stopped crying after a few days


Past thirty I realized

When you in me weep

What I should do.

Like looking into the face of my screaming baby

I look toward your salty, bubbling tears, saying

It’s okay


Not why,

But it’s okay.

It’s okay now.

(From her collection ‘I Put Evening into a Drawer’)


‘괜찮아.’ 어찌 들으면 참 무책임한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뭐가?’ ‘뭐가 괜찮아...?’ 너무 아파서 울음조차 소리를 내지 못하는 그 순간, 할 수 있는 말은 고작 ‘괜찮아’ 뿐이던가. 지난해 고(故) 장영희 교수의 수필을 읽다가 ‘괜찮아’라는 제목을 보았었다. 그때 역시 비슷한 생각을 했다. 그 한 마디가 위로가 될까? 참 공허한 소리로 들렸다. 하지만 장 교수는 어린 시절 엿장수 아저씨의 그 한 마디로 자신의 장애를, 고독을, 슬픔을 위로받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한강 작가의 시 속에서 다시 그 말을 듣는다. ‘괜찮아.’ 상대가 느끼는 혹은 나 자신이 느끼는 그 당혹감과 슬픔의 이유를 묻지 않는다. 그저 ‘괜찮아.’ 침묵으로 상대의 손을 잡으며 함께 느끼는 아픔의 공유, 그리고 이어지는 독백 같은 고백, 위로, 공감. 그 나눔과 동행의 언어 ‘괜찮아.’ 그래 다 괜찮아질 거야. ‘괜찮아.’ 참 가슴 저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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