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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Sep 12. 2020

모더니즘 소설가들 (1)

콘래드, 로렌스, 포스터

  20세기 초반 모더니즘의 시대의 소설은 현대인들의 고립, 소외 그리고 소통의 부재를 그려내고 있다. 사실주의에 기초해 해양소설을 썼던 폴란드 출신의 조셉 콘래드(Joseph Conrad), 남녀 간의 관계와 노골적인 성애의 묘사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D. H. 로렌스(D. H. Lawrence),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여성 소설가로서 ‘의식의 흐름’ 기법을 최초로 도입했던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 다관점 소설(multi-point of view)로서 메타픽션(meta-fiction)의 길을 연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 인도주의적 가치를 그려낸 E. M. 포스터(E. M. Foster) 등이 이 시대를 대표하는 소설가들이다. 


조셉 콘래드

     

  조셉 콘래드(1857~1924)의 대표작 ‘로드 짐’(Lord Jim)은 인간의 양심에 관한 글이다. 화물선의 항해사였던 짐은 탐욕스러운 선주의 강요로 화물 외에도 800명에 달하는 이슬람 순례자들을 태운 채 항해를 한다. 초과된 중량으로 낡은 그 배는 한 밤중 바다 한가운데서 물이 새어들기 시작하고 곧 침몰의 위기에 놓이게 된다. 선장과 선원들은 혼란을 피하기 위해 잠든 승객들을 깨우지 않기로 결정하고 자신들만 구명보트를 내려 탈출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망설이던 짐도 결국은 보트에 올라타지만 양심의 가책으로 괴로워한다. 하지만 침몰될 줄 알았던 화물선은 근처를 지나던 프랑스 군함에 의해 발견되고 승객들은 기적적으로 구조된다. 그러자 세상의 비난은 승객을 돌보지 않고 달아난 선원들에게로 향한다. 체포되어 재판을 받는 중에 짐은 단 한 마디의 변명도 하지 않는다. 스스로 양심을 버린 죄의 가책 때문이었다. 형기를 마친 짐은 세상을 등지고 말레이의 오지로 향하고 그곳의 원주민들을 도우며 생활한다. 문명 세계에서 온 짐을 향해 원주민들은 그에게 ‘로드’라는 경칭을 붙이고 존경한다. 하지만 그 평화로운 원시의 세계에 탐욕으로 가득한 백인들이 찾아온다. 그들과 원주민 사이에서 중재를 통해 평화를 유지하려 했던 짐은 백인들의 배신으로 오해를 사게 되고 결국 백인들의 폭력으로 아들을 잃은 족장의 총에 맞아 죽음을 맞는다. 콘래드는 “우리가 배신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양심뿐”이라고 말한다. 짐의 고통과 불행한 최후를 통해 오늘의 우리는 무엇을 깨닫게 되는가? 오늘의 우리는 스스로의 양심을 지키고 있는가? 아니 죄에 대한 양심의 가책이나마 느끼고 있는가?    


D. H. 로렌스 


  D. H. 로렌스(1885~1930)는 소설가이며 동시에 시집을 낸  시인이기도 하였다. 빅토리아 시대 이래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라 불리던 대영제국은 서서히 기울어 가고 있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한 때 식민지였던 미국이 영어권 세계의 주도권을 잡으며 강대국으로 대두하게 되었고 영국은 노쇠한 과거의 영화를 잃고 기울어가고 있었다. 로렌스는 퇴색한 대영제국의 낡고 허위에 찬 관습과 제도뿐 아니라 새롭게 등장한 미국의 물질적이고 표피적인 문명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한 작가였다. 하지만 그는 외설적인 소설가라는 오명으로 유명해진 작가였다. 그의 대표작  ‘채털리 부인의 사랑’(Lady Chatterley's Love)이 처음 나온 것은 1928년 6월이었다. 이탈리아. 영국과 미국의 출판업자들이 인쇄를 거부하자 로렌스 자신이 직접 제작하여 피렌체에서 출판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영국과 미국의 세관을 통과할 때마다 외설물 단속에 걸려 압수되곤 하였다. 

  로렌스는 성을 다루는 문학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얘기하였다. “호색 문학은 성을 모욕하고 먹칠하려는 시도이다. 이는 용서할 수 없다. 이는 생명이 있는 인간관계에 대한 모독이다.” 즉 자신의 문학은 그러한 호색물과는 달리 ‘생명이 있는 인간관계에 대한 존중’을 다루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소설의 한 대목에서 로렌스는 이렇게 말한다.     


“성은 모든 접촉 중에서 가장 밀접한 유일한 접촉이다. 그리고 우리가 두려워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 접촉이다. 우리들은 반쯤 의식하고 반만 살아 있는 셈이다. 우리들은 생기를 띠고 또렷이 이해해야 한다. 특히 영국인들은 서로 조금은 섬세하고 부드럽게 접촉해야만 한다. 이것이 우리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다.”     


  로렌스는 건전한 성의 회복만이 물질적이고 기계적인 현대의 삶에서 인간을 구원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 영국 상류사회를 혐오하였고 언제나 정면으로 대립하였다. 또 이성 중심주의와 과학물신을 거부하였으며 귀족계급의 속물주의에 대해서도 어떤 자리에서든 거침없이 비난을 퍼부었다. ‘아들과 연인’(Sons and Lovers), ‘무지개’(The Rainbow), ‘연애하는 여인들’(Women in Love) 등의 대표작들이 있으며 그의 많은 작품들이 외설로 낙인찍혀 판금이나 압수를 당했다. 그러나 로렌스의 관심 영역은 다양했다. 그는 획일화되고 물신적인 세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람들 사이의 따뜻한 접촉 그리고 배려와 사랑임을 잊지 않은 시인이었던 것이다. 다음에 그의 ‘제대로 된 혁명’(A Sane Revolution)이라는 시의 일부를 소개한다. 


혁명을 하려면 웃고 즐기며 하라 

소름 끼치도록 심각하게는 하지 마라 

너무 진지하게도 하지 마라 

그저 재미로 하라     

사람들을 미워하기 때문에는 혁명에 가담하지 마라 

그저 원수들의 눈에 침이라도 한번 뱉기 위해서 하라     

돈을 좇는 혁명은 하지 말고 

돈을 깡그리 비웃는 혁명을 하라     

획일을 추구하는 혁명은 하지 마라 

혁명은 우리의 산술적 평균을 깨는 결단이어야 한다 

사과 실린 수레를 뒤집고 사과가 어느 방향으로 

굴러가는가를 보는 짓이란 얼마나 가소로운가.  (35)  


E. M. 포스터


  E. M. 포스터(1879~1970)는 20세기 초반 영국 사회의 위선과 계급 간의 격차에 대해 관심을 기울인 작가였다. 그는 인도주의적 가치를 중시하였고 차별과 편견에 가득 찬 사회를 비판하였다. 1901년 옥스퍼드 대학을 졸업한 후 10여 년 동안 그는 주로 해외에서 생활하면서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서 활동하였다. 이때의 생활을  토대로 쓴 작품이 한 무리의 영국인들이 이태리에서 휴가를 보내며 겪게 되는 경험을 연대기적으로 기술한 ‘전망이 있는 방’(A Room with a View, 1908)이다. 2년 뒤 포스터는 ‘하워즈 엔드’(Howards End, 1910)를 통해 다른 계급들 사이의 차별과 경제적인 상황, 보수와 진보의 대립 등을 그려냈다. 

  그러나 포스터에게 작가로서의 명성을 가져다준 것은 ‘인도로 가는 길’(A Passage to India, 1924)이었다. 제자이자 친구였던 인도인과의 우정을 통해 인도에 대해 친숙했던 그는 1912년 처음으로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를 방문하게 된다. 동인도회사를 설립해 식민지 인도로부터 경제적 착취를 자행했던 영국의 인도에 대한 통제가 절정에 이르던 시기였다. 그는 인도인들과 영국인들, 그리고 작품 속에 묘사된 앵글로-인디언(Anglo-Indians)들 사이의 서로에 대한 이해의 부족과 소통의 결여에 의해 초래된 인종적 억압에 번민하였다. 인종적 편견과 압박에 대한 포스터의 느낌은 동성애자였던 그가 사회 속에서 느낀 결핍감, 고통과 유사했다. 그는 오히려 인도인들 사이에서 더 편한 느낌을 가졌다고 할 정도였다. ‘인도로 가는 길’은 포스터의 마지막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후 그는 비평이나 강연에 몰두하였고, ‘소설의 측면들’(Aspects of the Novel)이란 문학이론서를 쓰기도 하였다. 그는 모교인 캠브리지 대학의 교수직을 얻어 종신 근무했다.  


English Texts:     


From 'Neutral Tone' 

            by Thomas Hardy    


We stood by a pond that winter day,

And the sun was white, as though chidden of God, 

And a few leaves lay on the starving sod; 

They had fallen from an ash, and were gray. (31)    


When I was one-and-twenty 

                   by A. E. Housman    


When I was one-and-twenty

  I heard a wise man say,

“Give crowns and pounds and guineas

  But not your heart away;

Give pearls away and rubies

  But keep your fancy free.”

But I was one-and-twenty,

  No use to talk to me.    

When I was one-and-twenty

  I heard him say again,

“The heart out of the bosom

  Was never given in vain;

’Tis paid with sighs a plenty

  And sold for endless rue.”

And I am two-and-twenty,

  And oh, ’tis true, ’tis true. (32)        


From The Wasteland 

                  by T. S. Eliot    


April is the crue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ull roots with spring rain.

Winter Kept us warm, covering

Earth in forgetful snow, feeding 

A little life with dried tubers.  (33)         


From The Age of Anxiety 

                     by W. H. Auden    


We would rather be ruined than changed

We would rather die in our dread

Than climb the cross of the moment

And let our illusions die.  (34)    


A Sane Revolution 

             by D. H. Lawrence     


If you make a revolution, make it for fun, 

don't make it in ghastly seriousness, 

don't do it in deadly earnest, 

do it for fun.     

Don't do it because you hate people, 

do it just to spit in their eye.     

Don't do it for the money, 

do it and be damned to the money.     

Don't do it for equality, 

do it because we've got too much equality 

and it would be fun to upset the apple-cart 

and see which way the apples would go a-rolling.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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