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은
죽음을 생각하게 한다.
온몸에 기운이 빠지고
어느 쪽으로 누워도 자꾸
깊은 심연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다.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고
누구와도 이야기 나눌
마음이 없다.
"내 죽으면 그냥 화장해서
뿌려라."
기운을 내고 싶지도
마음을 다잡고 싶지도 않다.
이렇게 살아있는 것에
무슨 기쁨이 있겠는가.
진심이었다. 그것이
진정 옳은 길인 것 같았다.
조금 몸이 나아진다.
기운이 살아나고
잃었던 입맛이 돌아온다.
그러면 다시 살고 싶다.
햇살이 그립고
꽃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거실의 푸른 식물이 눈에 들어오고
버려두었던 전화기를 만지작거린다.
삶과 죽음은 단지 한 걸음인데
자꾸 뒤집히는 마음의 변덕.
어둡고 습한 날씨는 싫다.
환하고 선선한 날이 좋다.
날씨 하나에 삶과 죽음이 오간다.
기분 하나에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어차피 그렇게 지는 인생일 텐데,
죽고 싶다는 소리는 진정
내 마음일진대,
순간에 오락가락하는
삶과 죽음, 희망과 절망,
이리 사는 것이 옳은 일인가.
갈비찜이 먹고 싶다.
미움 몇 그릇 먹고 난 뒤인데
왜 달고 짠 그 맛이 생각날까.
삶과 죽음은 정말 한 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