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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눈을 못 뜰까 봐

by 최용훈

잠에서 깨어나는 이유


늙으면 잠이 없다더니 새벽이면 어김없이 눈을 뜬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하며 내 마음을 읽는다

잠자다가 영원히 잠들게 될까,

다시는 눈을 못 뜰까 두려워서인가 보다

그런데 깨어도 깨어있지 않다

꿈인지 생시인지 가늠이 어렵다

반수면 가수면의 몽롱함

단지 아직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절차다

정신 차려 온몸을 문지른다 살갗이 촉감을 느끼면

비로소 생존을 깨닫지만 여전히 내 육체는 시달린다

온갖 독을 입에 넣고 추잡한 생각으로 뇌를 더럽히고

간신히 헐떡이는 심장을 학대한다

인생은 텅 빈 꿈이 아니라 했던가

청춘의 오독이며 삶에 대한 난독증이다

인생은 그저 꿈이다 깨어나길 두려워하는 꿈이다

어쩔 수 없이 깨어나 다시 잠들면 여전히 꿈속을 헤맨다

그러다 새벽이 오면 다시 죽음이 두려워

살아나려 멍하니 몸을 일으키는 유령 같은 꿈이다


깨어남은 살아남은 자들의 조건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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