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용훈 Oct 11. 2020

당신께 드리는 말 선물 (55)

“고마워요, 아빠. 우리가 얼마나 가난한지 알게 해 줘서.”

어느 날, 부자 아빠는 어린 아들과 함께 작은 시골 마을에 갔습니다. 그곳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기 위해서요. 여러 날을 그곳에 머물고 돌아오는 길에 아빠가 물었습니다. “그곳에서 살아보니 어땠니? 가난한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봤지?” 아들이 대답했습니다. “멋졌어요! 우린 강아지가 한 마리뿐인데, 그들은 네 마리나 키우고 있었어요. 우리 집 수영장은 작지만 그 사람들은 엄청나게 큰 강에서 수영을 하더라고요. 우린 비싼 랜턴이 있지만 그들의 머리 위엔 별들이 빛나고 있었죠. 테라스 대신에 끝 모를 지평선이 있었고, 작은 농토 대신에 넓은 들판이 그들의 것이었어요. 우리 집은 도둑을 막기 위해 높은 울타리를 쳤지만 그들은 그럴 필요가 없더라고요. 이웃들이 지켜주고 있었으니까요.” 아빠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아들이 말했어요. "고마워요, 아빠. 우리가 얼마나 가난한지 알게 해 줘서."

참 현명한 아들이네요. 순수한 마음이 바라보는 세상은 분명 아이가 보는 세상일 겁니다. 우리의 불행은 내게 없는 것,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집착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죠. 가슴에 꿈을 지니는 것과 헛된 바람으로 나 자신을 허비하는 것은 다르니까요. 물질이 행복을 보장해줄 수는 없어도, 어느 정도 행복감을 높이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일입니다. 집도 없고, 모아둔 돈도 없고, 별다른 재주도 없으면 뭐가 그리 행복하겠어요? 다른 사람이 멋진 미래를 설계하는 것을 옆에서 보고 있자면 은근히 나 자신과 비교해 의기소침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애써 나도 가지고 있는 것을 헤아려보죠. 고마운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 아직은 아프지 않은 것, 작지만 감사해야 할 많은 것들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그런 고마운 모든 것을 두고 난 너무 이기적이지 않았나 반성도 합니다. 불어오는 부드러운 산들바람에 감사했던 적이 없었던 것처럼 그 모든 것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늘 잊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 그랬죠. 일어나지 않은 ‘나쁜 일’에 대해서조차 감사하라고요.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삶이 너무 팍팍해서, 그 짊이 너무 무거워서 눈물조차 흘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그들에게 위로의 말, 격려의 손길을 내밀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이들이 마음만은 부자였으면 좋겠습니다. 세네카가 이런 말을 했어요. “돈은 현명한 사람에게는 노예이지만, 바보에게는 주인이 된다고요.” 갑자기 현명해져서 돈을 노예로 부리고 살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바보처럼 돈을 주인으로 떠받들고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가난해서 좋은 것은 없는지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저 넓은 들판과 푸른 하늘, 출렁이는 바다와 빛나는 별들을 내 마음속에 내 것으로 갖고 있는 한, 그리 슬퍼하거나 기죽을 필요는 없을 테니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께 드리는 말 선물 (5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