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 가장 늦게 피는 꽃
신이 마지막으로 만든 꽃
들국화
이 하 윤
나는 들에 핀 국화를 사랑합니다.
빛과 향기 어느 것이 못하지 않으나
넓은 들에 가엾게 피고 지는 꽃일래
나는 그 꽃을 무한히 사랑합니다.
나는 이 땅의 시인을 사랑합니다.
외로우나 마음대로 피고 지는 꽃처럼
빛과 향기 조금도 거짓 없길래
나는 그들이 읊은 시를 사랑합니다.
A Wild Chrysanthemum
by Lee, Ha-yun
I love a wild chrysanthemum
With its colors and fragrances just as good,
Sadly blooming and falling in a wide field.
I love that flower for ever and ever.
I love poets on this land
Who, like lonely flowers, freely bloom and fall.
For their colors and fragrances just as true
I love those poems they recite.
(translated by Choi)
우리 주변에는 참 담백한 사람이 가끔 있습니다. 큰 소리로 웃거나 떠들지 않고 묵묵히 남의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 그저 옅은 미소로 답하는 사람, 화가 나도 애써 표정을 숨기며 눈만 껌벅이는 사람, 가슴 아플 때 고개를 들어 하늘만 바라보는 사람. 그런 사람이 좋습니다. 왠지 마음이 가고, 측은하기도 하고, 믿음직스럽기도 합니다.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고 스스로 자랑 삼거나 툴툴거리지 않는 사람, 남을 비난하지 않고 아주 짧은 말로 상대를 칭찬하거나 위로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옆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들에 핀 한 송이 국화처럼 말입니다.
장미의 화려함은 우리를 자극합니다.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환상 같은 아름다움 속에 갇히는 느낌입니다. 한 송이 코스모스는 너무 외로워 보여서, 아름다운 팬지꽃은 옛사랑이 떠올라서, 샛노란 개나리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 아프게 다가와서 나는 그 묵묵한 국화가 그저 좋습니다. 19세기 한 영국의 소설가가 이런 말을 했죠. “이발 좀 하지 그래. 국화처럼 보이잖아.” 꾸미지 않은 그 순수의 모습이 좋습니다. 세련된 모습과 유창한 언변이 사람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할 때 그의 어수룩한 말투와 진지한 몸짓이 내게 위안이 됩니다. 이제 가을은 가고 벌써 입동이 지나네요. 가을의 가장 마지막에 피는 꽃. 들국화처럼 늦어도 피어나는 꽃 같은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어느 날 슬프게 지더라도 또다시 피어날 것을 아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