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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Nov 06. 2020

당신께 드리는 말 선물 (71)

안개꽃 한 다발을 드리고 싶습니다.

안개꽃

            정호승    

얼마나 착하게 살았으면

얼마나 깨끗하게 살았으면

죽어서도 그대로 피어 있는가

장미는 시들 때 고개를 꺾고

사람은 죽을 때 입을 벌리는데

너는 사는 것과 죽는 것이 똑같구나

세상의 어머니들 돌아가시면

저 모습으로

우리 헤어져도 

저 모습으로     


Baby’s breath 

            by Ho-seung, Chung     


How honestly you lived

How cleanly you lived 

You are still in bloom, even in death

When withered, a rose bows its head

On his deathbed, a man opens his mouth. 

All the same you are whether alive or dead

When mothers depart from the world

May they all be as you are

When we are parted, 

May we both be as you are 

(Translated by Choi)      


세상이 탁해지니 안개꽃 같은 순수함이 그리워집니다. 그 미니멀 한 아름다움. 흰 안개처럼 뿌려지는 소박함 속에는 정화의 힘이 있습니다. 핏빛처럼 붉은 장미, 동백 꽃잎이 우리를 자극하는 그 자리에, 없는 듯 존재하는 안개꽃. 그것으로만 꾸며진 순수의 다발을 받고 싶습니다. 오염된 내 안의 찌꺼기들을 그것으로 털어버리고 싶습니다.    


TV에서 ‘잔나비’라는 그룹이 팝송을 불렀어요. 콜드플레이라는 영국 그룹의 노래 ‘비바 라 비다’라는 노래였습니다. ‘잔나비’는 제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밴드인데 팝송도 참 잘 부르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 노래 속에 “이제 옛 왕은 죽었다.”(Now, the old king is dead.)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그 순간 왠지 모르게 세상의 모든 구태의연한 제도들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제 새 세상이 열리는 그런 느낌이었죠. 그런데 그다음의 가사는 새로운 세상의 빛이 아니고 피가 흐르는 혁명의 잔인함이었어요.     


세상은 변할 수 있을까요? 나이가 들수록 교활해지는 인간들처럼 세상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 추해지고 더러워지는 것 아닐까요. 그 생각을 하면 두렵습니다. 조금씩 맑은 공기와 밝은 햇빛을 볼 수 있으리란 기대는 접어두어야 할까요? 그래도 안개꽃이 있어주어 고마울 뿐입니다. 그것은 어떤 유전자 조작으로도 만들어낼 수 없는 순수함과 정갈함을 품고 있는 것이니까요. 도시의 건물들을 안개꽃으로 덮고, 거리에 안개꽃을 뿌려 죽어도 변하지 않는 사랑의 세상을 기념하고 싶습니다. 오늘 당신에게 안개꽃 한 다발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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