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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Nov 12. 2020

떠나는 이의 아름다운 뒷모습

낙화처럼 지는 청춘, 미련 없이 떠나야지

낙화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Falling Blossoms

         by Lee, Hyung-gi     


How beautiful is he

Who turns back and go

Knowing when to go.     


Fading is my Love,

That has endured passion

All the springtime.     


Falling blossoms scattered...

Now is the time to go

Robed in the blessings of parting,     

Toward autumn

That casts the shades of trees

and bears fruits soon      


My youth withers like a flower.    


Let us leave

Waving delicate hands

On a day when petals fall one by one.      


My love, my parting,

My sad eyes of soul

Ripen as water gathered in a well.

(Translated by Choi)     


꽃잎이 떨어진다. 낙화유수(落花流水).

꽃잎이 흐르는 물 위를 떠돈다.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인가.

나그네는 어깨에 떨어진 꽃잎 하나를 털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가야 할 먼 길이 오늘따라 왜 이리 힘겨울까.

어차피 보내야 할 청춘을 저 떨어지는 낙화에 맡기고

이제 훨훨 날아가야지.

사랑이 떠난 지는 이미 오래, 아득한 기억만이 희미한데,

그 짧았던 봄철의 미련은 왜 그리도 길었는지.

아, 어느덧 여름은 가고 가을을 향한다.

쓸쓸한 가을의 위안은 저 탐스러운 열매.

하지만 여름의 붉은 꽃은 저물 수밖에.

사랑을 하고 이별을 겪어서인가.

나그네의 눈가에 맺히는 눈물은 삶에 대한 관조.

나그네가 밟고 떠나간 낙엽들이 바람에 흩어지면

떨어진 꽃잎조차 그리도 아름다운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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