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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Nov 12. 2020

나를 기다리는 것들

이재무 시인, 감나무

감나무

            이재무    


감나무 저도 소식이 궁금한 것이다

그러기에 사립 쪽으로는 가지도 더 뻗고

가을이면 그렁그렁 매달아놓은

붉은 눈물

바람결에 슬쩍 흔들려도 보는 것이다

저를 이곳에 뿌리박게 해 놓고

주인은 삼십 년을 살다가

도망 기차를 탄 것이

그새 십오 년인데……

감나무 저도 안부가 그리운 것이다

그러기에 봄이면 새순도

담장 너머 쪽부터 내밀어 틔어보는 것이다    


A Persimmon Tree     

                 by Lee, Jae-moo


The persimmon tree is so eager for words

That it stretches its branches toward the hedge gate,

And, in autumn, bears

Dangling crimson tears,

Deliberately shaken by the passing wind.

The owner, burying its root underneath,

Had lived for 30 years here

Before he ran away by train 15 years ago.

The tree is so anxious to hear from him

That it shoots out its buds in spring

From over the wall.  

(Translated by Choi)     


붉은 눈물 같은 열매들을 맺어놓고 목 놓아 기다리는 감나무. 오래 전의 그곳들은 여전한데, 떠난 사람들만 세월에 변해버린 것은 아닐까요. 그 어떤 곳에서 나를 기다리는 누군가가,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외로움을 줄여주지 못합니다. 오히려 그 아득했던 추억을 떠올려 더 외로워지고 맙니다. 우리가 만났던 도시와 거리, 시골길과 사람들, 그 모두가 언젠가는 희미해집니다. 현실에서 꿈의 영역으로 이동하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 모두는 지금에 매달리고 무언가 새로운 것, 변화를 초래하는 무언가를 기다리게 됩니다. 하지만 그 기다림은 그저 인생일 뿐이죠. 무언가를 기다리는 동안 일어나는 많은 작은 것들이 삶인 것입니다. 그렇게 기억으로 옮겨놓은 많은 것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립문에 가지를 뻗고, 담 너머로 새순을 틔우는 감나무처럼 당신을 기다립니다. 그저 떠올려서 외로워하지만 말고 찾아가 봐야겠습니다. 떠나올 때처럼 기차를 타고 날 기다리는 그 사랑한 많은 것들을 만나러 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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