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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Dec 05. 2020

부치지 않은 편지

정호승, 그대 잘 가라

부치지 않은 편지 (1)

                 정호승    


그대 죽어 별이 되지 않아도 좋다.

푸른 강이 없어도 물은 흐르고 

밤하늘은 없어도 별은 뜨나니

그대 죽어 별빛으로 빛나지 않아도 좋다.

언 땅에 그대 묻고 돌아오던 날

산도 강도 뒤따라와 피울음 울었으나

그대 별의 넋이 되지 않아도 좋다.

잎새에 이는 바람이 길을 멈추고 

새벽이슬에 새벽하늘이 다 저었다.    

우리들 인생도 찬비에 젖고 

떠오르던 붉은 해도 다시 지나니

밤마다 인생을 미워하고 잠이 들었던

그대 굳이 인생을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A Letter Not Mailed (1) 

               by Chung, Ho-seung    


You don't have to be a star when you die.

Water flows without a blue river

Stars rise without the night sky

You don't have to be a shining star when you die. 

The day I buried you in the frozen land and returned

Mountains and rivers followed me and bitterly cried

But you don’t have to be the soul of a star.

The wind passing by the leaves stopped 

And the sky got drenched in the crack of dawn.     

As our life also gets wet with cold rain

And the rising red sun sets again

You don't have to love life;

Because you fell asleep hating life every night.

                       


부치지 않은 편지 (2)

                  정호승    


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
꽃 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사랑과 죽음의 자유를 만나
언 강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 흘러 그대 잘 가라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 되리니
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되리니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여
뒤돌아보지 말고 그대 잘 가라
 

A Letter Not Mailed (2)

              by Chung, Ho-seung 

 
Leaves of grass never lie down without looking up to the sky

Flowers are easy to bloom but hard to be beautiful.

Walking alone on the early-morning path

Meeting with the freedom of love and death

Into the frozen wind from the river, without a grave

Into a severe snowstorm, without a song 

You flow down like petals, Good-bye. 

Your tears will become a river soon

Your love will become a song in time

A little bird in tears

Flies with the mountain in the mouth

You, don’t turn back, Good-bye.   

(Translated by Choi) 


‘부치지 않은 편지’를 읽다가, “그대 잘 가라.”라는 구절에 이르면 눈물이 납니다. 떠나간 내 친구. 그리운 내 사랑하는 친구. 그를 떠나보낸 날 그의 무덤 위에 덮인 흙을 눈물로 밟았습니다. 돌아봐도 돌아봐도 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떠나가면 그만인 것을, 다시는 볼 수 없는 것을, 그곳은 왜 갔었던 것일까요. 그 차가운 바닥에 그를 누이고 돌아선 그때 하늘이 그렇게 가깝게 다가왔었습니다. 모두가 눈물 흘렸지만 언젠가는 다 함께 할 날이 오겠지요. 그러니 굳이 별이 되어 빛날 필요는 없습니다. 남겨진 삶을 애달파할 일도 없습니다. 내 친구는 풀이되어 누워도 하늘을 바라볼 테니까요. 무한한 자유 속에서 세상을 마음껏 떠돌 겁니다. 눈물도 사랑도 강처럼, 노래처럼 아름답게 흐르겠죠. 그래도 못내 친구가 그립습니다. 작은 새처럼 애처롭게 눈물짓더라도 친구가 바라보는 하늘을 날아다닐 겁니다. 그가 가져다준 자유와 평화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갈 겁니다. 그러니 친구여, 아쉬워 돌아보지 말고, 근심에 겨워 돌아보지 말고, 잘 가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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