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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Dec 04. 2020

폭풍 속의 나무와 새

정호승, 폭풍

폭풍

    정호승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일은 옳지 않다.    


폭풍을 두려워하며

폭풍을 바라보는 일은 더욱 옳지 않다.


스스로 폭풍이 되어

머리를 풀고 하늘을 뒤흔드는

저 한 그루 나무를 보라.    


스스로 폭풍이 되어

폭풍 속을 날으는

저 한 마리 새를 보라.    


은사시나뭇잎 사이로

폭풍이 휘몰아치는 밤이 깊어 갈지라도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일은 옳지 않다.    


폭풍이 지나간 들녘에 핀

한 송이 꽃이 되기를 

기다리는 일은 더욱 옳지 않다.    


The Storm 

       by Chung, Ho-seung     


It is wrong just to wait 

Until the storm is over.     


It is even more wrong 

Just to glance at the storm in fear of it.     


Look at that tree

That becomes the storm itself

By letting down its hair and violently shaking the sky.     


Look at that bird

That becomes the storm itself

And flies in the storm.    


Though the night is getting advanced in the howling storm

Between the leaves of silver aspen trees.    


It is wrong to wait

Until the storm is over.    


It is even more wrong to wait 

Until you become a flower

That blooms in a field after the storm. 

(Translated by Choi)     


먹구름이 몰려오고 돌풍이 붑니다. 거대한 파도가 밀려옵니다. 사람들은 그 폭풍우에 쓸려가지 않기 위해 몽을 숨길 무언가를 찾아 미친 듯이 달려갑니다. 지옥이 따로 없습니다. 무자비한 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 깨닫습니다. 저 거친 자연의 재앙에 무릎 꿇고 체념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발 그 폭풍우가 지나가길 기도합니다. 그러나 검게 휘몰아치는 물줄기는 약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이 저주의 재앙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의 무엇이 있을까요. 그저 망연히 바라볼 뿐입니다. 아! 청명한 하늘 아래 푸른 바닷빛은 언제나 볼 수 있을까요? 폭풍우를 견딘 등대의 의연함이 부럽습니다.      

겪고 싶지 않은 삶의 역경들이 고해의 바다에 폭풍처럼 몰아칩니다. 억압과 탄압의 시대에 우리는 폭풍우 같은 잔인함과 야만성을 경험하였습니다. 한 개인의 삶은 전쟁에 나간 어린 병사처럼 바람 앞의 촛불이 됩니다. 그 무도한 운명의 화살을 그냥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그저 어서 그 불행이 나를 비켜가기만을 기도했습니다. 그렇게 나는 비겁했습니다. 시인은 그것이 옳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저 끝나기만을 바라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나무가 되라고 말합니다. 미친 듯이 흔들려도 뿌리가 뽑혀 나가는 순간까지 버티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폭풍우의 한가운데를 표류하는 작은 새 한 마리를 떠올립니다. 칠흑 같은 밤에 나뭇가지 사이로 으르렁거리며 지나치는 강풍 앞에 망연히 서있기만 하는 것은 그릇된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폭풍우가 지나간 후 빈들에 꽃 한 송이가 떨고 잇습니다. 그 꽃인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나무처럼 새처럼 이 척박한 세상에 버티고 서있을 순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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