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찬란한 슬픔의 봄을 기다릴 테요.

by 최용훈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5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김영랑 생가의 모란꽃

Until a peony is in full bloom

by Kim, Yeong-rang


Until a peony is in full bloom

I will be still waiting for my spring.

Not until the day a peony falls down

Will I be in deep sorrow for my lost spring.

One day in May, the day so hot

Even the fallen petals wither away,

The trace of a peony has disappeared in the world.

My soaring hope has faded away.

When the peony has gone, a whole year has ended, too.

I cry in sadness all 365 days long.

Until a peony is in full bloom

I will be still waiting for the spring in shining sorrow.

(Translated by Choi)


찬란한 슬픔의 봄을 보셨습니까? 빛나서 더 슬픈 그 봄의 종말. 인생은 언제나 봄처럼 빛나며 왔다가 모란이 떨어지듯 허무하게 끝나고 말죠. 하지만 그 봄이 끝나도 결코 슬퍼하지 않을 겁니다. 흙발에 짓밟히는 꽃잎조차 아름다운 그 봄의 기운을 여전히 추억하고 있으니까요. 모란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희망도 저만큼 멀어진 듯합니다. 모란꽃 한 송이로 여름가을겨울 없이 한 해가 가버린 것 같습니다. 하지만 눈물 속에 한 해를 마감하지는 않을 겁니다. 또 다른 모란이 필 때까지 나는 여전히 봄을 기다릴 테니까요. 그래서 봄의 상실과 더불어 오는 슬픔은 찬란합니다. 다시 잃어버린 봄을 되찾고, 희망을 볼 수 있을 겁니다. 모란이 필 때까지는 난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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