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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Dec 15. 2020

광화문 연가

이영훈. 세월 따라 흔적도 없이 변하였지만  

광화문 연가

          이영훈    


이제 모두 세월 따라

흔적도 없이 변하였지만

덕수궁 돌담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 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    


향긋한 오월의 꽃향기가

가슴 깊이 그리워지면

눈 내린 광화문 네거리

이곳에 이렇게

다시 찾아와요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 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    


A Kwangwhamun Love Song

                 by Lee, Young-hoon     


With the lapse of time

Everything has changed without leaving any traces.

But there still remain

Lovers who affectionately walk together

Along the stone wall of the Deoksu Palace.     


Someday all of us will leave

As years go by.

But on the Jeongdong Street under the hill

Still Remains

A little church covered with snow.     


When the fragrance of sweet May flowers

Touches my mind deep inside

I come back again

Here this way

To the snow-covered crossroads of Kwangwhamun.     


Someday all of us will leave

As years go by.

But on the Jeongdong Street under the hill

Still Remains

A little church covered with snow.                         


광화문. 많은 추억들이 머릿속에 얼기설기 섞여있는 그곳. 종로 5가 보령 약국에서 종로 2가 화신백화점과 종각을 지나 서둘러 광화문에 이르면 숨이 가빠집니다. 그 열띤 사랑의 감정에, 무한한 그리움과 기대감에 헐떡입니다. 광화문을 돌아 안국동, 할리우드 극장 건물 아래로 돌아 나와 청진동, 그리고 세운상가에 이르러 겨우 분식 한 그릇에 허기를 때웠죠. 그 시절의 한가함과 분주함은 모두 젊음의 탓이었습니다. 서울에 다리가 하나뿐이던 시절, 그러다 하나둘씩 더 크고 긴 다리가 생기고 밤마다 오색의 불빛으로 휘감았던 그 서울의 거리. 강남의 화려함과 강북의 고즈넉함, 그 모든 것이 세월을 따라 변해갑니다. 시청 앞 덕수궁 돌담길, 정동교회 그리고 장발단속을 피해 우회했던 조선일보사 앞 파출소. 지금은 모두가 변하였지만 아주 이따금 그 시절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들이 눈에 띄면 가슴이 에려옵니다.  눈 내린 광화문 네거리를 걸어 내려와 종로 2가 시몽 다방에서 커피 향과 함께 깊어갔던 나의 겨울. 나는 아직도 그 도시의 불빛에 빠져 헤맵니다. 하지만 이제는 차단된 그 거리를 아련한 슬픔으로 추억할 뿐입니다.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를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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