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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Dec 14. 2020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김남조, 겨울바다

겨울 바다

         김남조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未知)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버리고    


허무의 

불 

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남은 날은 

적지만······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인고(忍苦)의 물이

수심(水深)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The Winter Sea

            by Kim, Nam-jo     


I went to the winter sea.

The unknown birds, 

I missed so much, were dead and gone.     


I thought of you

But the truth was frozen as tears 

By the harsh wind from the sea.    


Fire 

Of nothingness

Blazing on the furrows of the sea.     


What teaches me is 

Always

Time....

With a nod, I stood at the winter sea.     


Remain

As few days may    


Let me have the soul, 

That will open the door of burning prayers 

When my small prayer ends     


Remain 

As few days may    


I went to the winter sea. 

The water of patient endurance

Built a huge column in the depth of the sea.  

(Translated by Choi)   


겨울의 바다는 쓸쓸합니다. 한여름의 열정도 가을의 낭만도 차가운 바람과 외로운 파도 소리만 남기고 사라져 버렸습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나르던 흰 갈매기도 따뜻한 나라를 찾아가겠지요. 겨울바다는 슬픈 사람들에게는 차라리 좋은 곳이죠. 울어도 바람과 파도가 흐느낌을 삼키기 때문입니다. 우연히 지나치던 헌화로 앞바다 바위 위에는 바닷새가 이끼처럼 붙어있습니다. 아직 덜 추운 모양입니다... 시인은 삶의 허무를 저녁 바다에 비치는 노을과 같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이제 남겨진 짧은 인생의 회한을 바다에 던져버려도 좋겠지요. 고해의 삶 속에 배어 나오는 탄식도 파도소리 앞에 지워질 겁니다. 하지만 심연에 던져진 나의 그림자는 간절한 기도에도 아직 지워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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