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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an 14. 2021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정호승, 수선화에게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To a Daffodil

          by Chung, Ho-seung    


Don’t cry.

Man is to be lonely.

To live is to endure loneliness.

Don’t wait for a phone to ring.    


When it snows, walk on the snow.

When it rains, walk in the rain.

A black-breasted snipe is watching you in the reeds.

Sometimes God may shed tears in loneliness.    


What makes birds sit on the branches is loneliness.

What makes you sit by the water is loneliness.

Being lonely, the mountain shadow comes down to town once a day.

In loneliness, the sound of a bell rings out.      


요즘 모두들 외롭습니다. 이런 말이 위로가 될까요? ‘외로워서 사람이다.’ 사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결국 내 삶의 주인은 나뿐이니까요. 누군가 함께 있다는 것, 같이 걷는다는 것을 느끼는 것은 참으로 위안이 되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 누군가가 내 삶을 대신 살아줄 수도, 언젠가 나와 함께 이 세상을 떠나갈 수도 없는 것이죠. 그래도 이 순간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습니다.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웃고 울고 싶습니다. 그의 손을 잡고 따뜻한 온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꼭 홀로 외로워야 할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전화기의 울림은 나를 얼마나 설레게 하는지. 그 기대감을 일부러 누를 이유는 없지 않을까요? 눈 올 때, 모자를 씌워주고, 비올 때 우산을 받쳐줄 누군가가 있는 것처럼 따뜻한 일이 있을까요?     


누군가가 당신을 지켜봐 주고, 누군가가 당신을 위해 눈물을 흘린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내게 관심을 주고, 내 아픈 가슴을 같이 느껴준다면 얼마나 감사할까요. 가지에 앉은 새는 외로워도 노래합니다. 물가에 앉아 한없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도 행복일지 모릅니다. 태양을 뒤로하고 점점 다가오는 산 그림자가 한 낮 동안 흘린 땀을 서늘히 식혀준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겠지요. 저녁 무렵 멀리서 울리는 종소리는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만큼 정겹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외로워도 좋습니다. 외로운 만큼 위로해줄 많은 것들을 찾을 수도 있을 테니까요. 그것을 기다리는 설렘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사람은 외로울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함께 해야 합니다. 손잡고 서로를 위로해야 합니다. 누군가 우리 곁에 분명 있을 겁니다.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그래도 요즘은 왠지 너무 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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