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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an 15. 2021

사실은 참 아픈 거래

이해인, 친구야 너는 아니?

친구야 너는 아니

              이해인    


꽃이 필 때

꽃이 질 때

사실은 참 아픈 거래

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달아 줄 때

사실은 참 아픈 거래     


친구야 봄비처럼

아파도 웃으면서

너에게 가고픈 내 맘 아니     


향기 속에

숨겨진 내 눈물이

한 송이 꽃이 되는 걸

너는 아니     


우리 눈에

다 보이진 않지만

우리 귀에

다 들리진 않지만     


이 세상엔

아픈 것들이 너무 많다고

아름답기 위해서

눈물이 필요하다고     


엄마가

혼잣말로 하시던 얘기가

자꾸 생각이 나는 날     


이 세상엔

나쁜 것들이 너무 많다고

아름답기 위해서

눈물이 필요하다고     


Friend, Do You Know?

             by Lee, Hye-in     


When a flower blooms,

When a flower falls,

It actually hurts.

When a tree blossoms,

When it bears fruits,

It actually hurts.     


Friend, do you know

I want to go to you,

Smiling like a spring rain, though I am sick?     


Do you know

My tears hidden

In fragrance

Become a flower?     


Though not fully seen

To my eyes,

Though not wholly heard

To my ears,    


Too many things in the world

Are sick.

Tears are needed

To be beautiful.     


The day I am repeatedly reminded

Of my mother

Talking to herself    


Too many things in the world

Are bad.

Tears are needed

To be beautiful.     


세상만사가 아픈 겁니다. 가도 와도, 사랑해도 미워해도, 있어도 없어도, 높아도 낮아도, 빨라도 늦어도, 고와도 미워도... 사는 일이 언제나 힘들고 어렵습니다. 꽃 한 송이 피고 지는 일도, 나무 한 그루 꽃 피우고 열매 맺는 일도 다 산고(産苦)처럼 아픔을 겪어야 합니다. 그래야 꽃은 찬란한 빛깔로 물들이고, 열매는 단 맛을 품을 수 있는 것이겠죠. 아파도 걸어가야죠. 아파도 계속해야죠. 그렇게 세상을 건너 당신에게로 갑니다. 발바닥이 아프고,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아도 자꾸 걸어갑니다. 당신을 향해.


힘들어 눈물을 흘려도 그건 환희의 눈물입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요, 부푼 희망입니다. 눈물은 햇살이 되고, 바람이 되어 꽃으로 피어납니다. 세상의 모든 이치를 깨달을 수는 없어도, 눈물로 피어난 꽃의 아름다움은 느낄 수 있습니다. 세상의 많은 것들이 그렇듯 아파도, 꽃이 된 눈물로 치유할 수 있죠. 세상 많은 것들이 나빠도, 흐르는 눈물로 가려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름다워지겠지요. 수많은 눈물로 여기저기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날 테니까요. 어머니는 알고 계셨어요. 세상의 모든 아픔과 슬픔이 꽃이 된 눈물이라는 것을. 친구여, 기억해요. 어머니의 그 속삭임을. 그것은 지혜의 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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