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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an 26. 2021

어머니가 집을 나섭니다

강형철, 출항

가끔 어머니에 대한 시를 만날 때가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어머니’라는 소리는 마음속의 애달픈 선(線)과 연결되어 있는 모양입니다. 언제나 우리를 울컥하게 하고, 애잔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어린 우리에게는 어머니가 세상의 전부였죠. 슬플 때, 힘들 때, 아플 때, 외로울 때, 우린 그저 ‘엄마’를 외치기만 하면 되었으니까요. 무서운 일이 생기면 어머니의 치마 뒤로 숨었죠. 졸리면 어머니의 품을 파고들었습니다. 그러시던 어머니도 결국 늙고 힘없는 노인이 되고 마셨습니다. 평생 무서운 아버지, 무뚝뚝한 아들 눈치만 보시다가 벌써 세월 앞에 허리를 숙이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아들도, 딸도 못 알아보십니다. 예전, 우리의 어머니가 아니셨던, 그 어린 시절로 돌아가신 모양입니다. 아, 어머니!             


출항(出鄕)

        강형철    


치매 앓는 어머니

집 떠나네

구부러진 허리 펴지 못하고

비척비척 걸으며

딸네집 인천으로 떠나네    


백구란 놈 두발 모아 뜀뛰며

마당을 긁고

어머니 세멘 브로크 담벼락에 머리를 기대고

백구야

백구야

부르며 우네    


무명수건 한 손에 쥐고 

백구야

백구야

부르며 섰네    


담벼락의 모래 몇 개

이러시면 안 되잖냐며

무너져 내리네    


Sailing off

          by Kang, Hyung-cheol     


My mother, suffering from dementia,

Leaves home.

Stooping, unable to straighten her back,

And faltering,

She leaves for her daughter’s house in Incheon.     


Her dog, Baek-gu, jumps up waving his front legs in the air,

And paws at the ground.

Her head leaning on the cement-brick wall,

Baek-gu

Baek-gu

Calling her dog, she cries.     


With her cotton-cloth handkerchief in her hand, 

She stops, calling 

Baek-gu

Baek-gu.     


A few grains of sand from the wall 

Drop down, saying

Please don’t this.     


코로나로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를 유리창 너머로 바라봅니다. 초점 없는 시선과 희미한 미소를 남기고 요양사의 손에 이끌려 돌아서는 모습을 망연히 지켜보면서, 우리는 어머니가 아닌 우리 자신을 봅니다. 그 분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실까요? 그녀의 새로운 세상은 살아온 세월보다 아름답고 따뜻할까요? 오래 익숙해졌던 외로움은 잊고 사실 수 있는 것일까요? 어머니를 돌아보면 가슴이 매어지고 눈물이 납니다. 살아계셔도, 돌아가셨어도, 그 분이 남긴 기억 속에 언제나 우리는 아이일 뿐입니다. ‘반짝 반짝 작은 별’의 가사를 썼던 영국의 여류시인 제인 테일러(Jane Taylor, 1784~1824)의 언니 앤 타일러(Ann Tylor, 1782~1866) 역시 시인이었죠. 아이를 위한 동시를 썼던 그녀의 짧은 시 가운데 ‘나의 어머니’(My Mother)라는 시가 있습니다.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어머님의 은혜’를 목청 높여 부르던 시절부터 사람 구실하고 살게 될 때까지 기대고 살던 어머니가 그동안 흘리셨을 눈물은 얼마나 될까요. 앤 타일러의 시는 우리로 하여금 ‘엄마’라고 소리 내어 부르게 합니다. 아, 어머니! 그녀는 왜 그리 주시기만 하고 서둘러 등을 돌리시는 걸까요? 왜 이제 불러도 대답이 없으신 걸까요.       

...........

내가 요람에 누워 잠잘 때

곁에 앉아 내 작은 머리를 지켜보며

다정한 사랑의 눈물을 흘렸던 분은 누구였죠? 

나의 어머니.    


내가 병에 걸려 아퍼서 울 때

내 무거운 눈을 바라보며

내가 죽을까 두려워 흐느끼던 분은 누구였죠? 

나의 어머니. 

...............

내가 넘어졌을 때 달려와 나를 도와주고

재미있는 얘기를 들려주며 

다친 상처 낫도록 입 맞춰준 분이 누구였죠? 

나의 어머니.

................

당신이 늙어 힘없고 흰머리 늘었을 때

내 강한 팔이 그대의 버팀대 되고,

당신의 고통을 덜어드릴게요. 

나의 어머니.     


당신이 고개를 떨 굴 때

이제는 내가 당신의 침대를 바라보며 

다정한 애정의 눈물을 흘릴 겁니다. 

나의 어머니.      

............


.............

Who sat and watched my infant head,

When sleeping in my cradle bed,

And tears of sweet affection shed?

My Mother.    

When pain and sickness made me cry,

Who gazed upon my heavy eye,

And wept for fear that I should die?

My Mother.

.............

Who ran to help me when I fell,

And would some pretty story tell,

Or kiss the place to make it well?

My Mother.

.............

When thou art feeble, old, and gray,

My healthy arm shall be thy stay,

And I will soothe thy pains away,

My Mother.    


And when I see thee hang thy head,

‘Twill be my turn to watch thy bed.

And tears of sweet affection shed,

My Mo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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