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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Feb 25. 2021

그리움으로 살아오는 하얀 슬픔

이해인,  슬픈 노래

슬픈 노래    

         이해인     


내가 사랑하는 한 사람의 죽음을

아직 다 슬퍼하기도 전에

또 한 사람의 죽음이

슬픔 위에 포개져

나는 할 말을 잃네

이젠 울 수도 없네    


갈수록 쌓여가는 슬픔을

어쩌지 못해

삶은 자꾸 무거워지고

이 세상에서 사라진

사랑하는 이들    


세월이 가도

문득문득

그리움으로 살아오는 하얀 슬픔이

그래도 조그만 기쁨인가

나를 위로하네     


A Sad Song

          by Lee, Hae-in     


Before I finish grieving over

The death of the one I love,

I find the other’s death

Put on that sorrow.

I have lost the words to say.

I can no longer cry now.    


Never avoiding the sorrow

Continuously piled up and up,

Life becomes heavier and heavier.

Those whom I love

Have perished from the earth.    


After the long lapse of time

Unexpectedly, the white sorrow

Will come alive as yearning.

That may be a little joy

To comfort me.   


늘 누구나 겪는 일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일. 시간이 지나도 문득 곁에 있는 것 같은 그 사람. 하지만 이 땅에 내가 살아있는 동안은 다시 볼 수 없을 것입니다. 두 달 전 나를 좋아했던, 내가 많이 의지했던 후배 교수가 너무도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일주일 전 그 친구는 내게 전화해 식구들과 내가 있는 강릉에 왔다고 얘기했습니다. 다음날 서울로 돌아가서도 내게 전화를 걸어왔었습니다. 식구들 때문에 선배와 시간을 못 보냈다고 아쉬웠다고. 그가 이틀 뒤 내게 보낸 이메일은 여전히 제 메일함에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못난 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언제나 위로가 되고, 미소로 용서했던 그 분이 몇 년간 요양원에 계시다가 마침내 눈을 감으셨습니다. 지난해는 코로나 때문에 면회도 안 되었고, 가족들도 알아보시지 못했지만 무척 외로우셨을 겁니다. 그리고 망연히 우리네 인생을 떠올립니다. 결국은 모두와 이별해 떠날것을, 무엇을 그리도 갈망했던가.  떠나간 사람들은 이제 곁에 없습니다. 오래전에 떠난 사람들은 아주 가끔 기억 속에 떠오를 뿐입니다. 하지만 그들을 생각할 때마다 함께 했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가고, 그들과 행복했던 기억은 그리움이 됩니다. 그것이 언젠가 내게 위로로 남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고맙고 즐거웠던 추억이 지금은 슬픔으로 쌓여가고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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