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중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브런치를 통해 아름다운 글을 연재하고 계신 이지현 시인의 귀한 시집을 자필 서명과 함께 얻을 수 있었죠. 이 시인의 시집 제목은 ‘그리운 건 너만이 아니다’였습니다. 사실 저는 시집의 제목과 표지, 그 안에 담긴 시들의 목록은 알고 있었습니다. ‘봄, 여름의 시’ ‘가을, 겨울의 시’ ‘삶, 사랑의 시’의 3부로 구성된 79편의 시는 사계(四季)처럼 지나가다 돌아오는 삶과 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었죠. 시집은 제목에서부터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리운 건 너만이 아니다’ 그 말이 왜 그리 가슴에 울리든 지요! 시는 그래야 하는 것 같습니다. 단 한 줄로 영혼의 끝줄까지 옭아매는 그런 짜릿함이 있어야지요.
30년을 넘게 영문학을 가르쳤지만 우리말로 된 시의 아름다움과 감동을 가슴으로 느끼게 된 것은 사실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전공이 영미희곡이라 시 이론에 대해서도 익숙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모든 이들처럼 저에게도 시를 느낄 작은 마음 조각은 여전히 남아있었던 모양입니다. 이지현 시인의 마니아를 자처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저는 이 시인의 시를 사랑합니다. 소리 내어 읽기를 좋아합니다. 그 따뜻하고 애절한 감정의 풀어냄을 흠모합니다.
시집을 손에 든 순간 저는 제목만을 보았던 시집 115 페이지의 시를 마치 목마른 길손처럼 허겁지겁 펴 들었습니다. 그저 막연히 오랫동안 느껴온 제 마음속 한 줄 같던 그 시, ‘그리운 것은 언제나 평행이었다’를 읽기 위해서였습니다. 시를 읽은 후 저는 그 깊은 여운을 한동안 말없이 느끼고 있었습니다. 삶과 사랑 그리고 그 아련한 추억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느낌이었기 때문입니다. 2011년 5월 20일, 시집이 처음 세상에 나왔던 십 년 전 그 날, 시인의 삶과 우연히 마주친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나간 많은 것을 떠올렸습니다. 시집의 뒷면 이 시인의 글처럼 말입니다.
“추억의 힘이 유효할까? 답은 ‘그렇다’이다. 우리의 쓸쓸했던, 혹은 치열했던 추억들 모두, 주저앉지 마라, 우뚝 서서 열심히 걸어가라고 힘차게 등을 떠민 것이 나의 시다. 추억도 혼자 먼 길을 걸어왔다. 누구라도 절망하지 않고 그 추억과 동행하면서 걸어가길 바라는 것이 나의 시다. 추억에도 힘이 있다.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추억의 따뜻한 힘.
- 저자, ‘추억의 힘’에 대해 -
그리운 것은 언제나 평행이었다
이지현
언제나 강가에서 너를 만났다.
물풀의 냄새가 배인 그리움이
늘 흔들리며 울었다.
사랑한다는 말을 차마 오래 하지 못했다.
네가 가만가만 흔드는 어깨가 한쪽
강물에 닿아 어둔 바다로 스미고 있었다.
우주였던 그 깊은 마음을
낡은 선착장에 매어 두고
너는 아직도 그 강가에 있는데
아무래도 나는 이 생을
저벅저벅 걸어가야 하나보다.
한 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해
지금 내가 단 한 번 그리워하는 시간
강물에 피어나는 물옥잠 보랏빛 그리움
네가 잠시 낡은 배를 저어
건너오는 시간.
그 강기슭에 핀 물풀이 흔들려
네가 오는 소리
너는 아직도 가만히 강가에 있다.
그리운 것은 언제나 평행이었다.
What I Used to Miss Was Always Running Parallel
by Lee, Ji-hyun
I always met you at the riverside.
The yearning, soaked with the smell of a waterweed
Was always swaying and crying.
I couldn’t bring myself to say ‘I love you’ for such a long time.
A shoulder of mine you used to shake softly
Touched the river and permeated into the dark s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