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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Feb 27. 2021

'그리운 건 너만이 아니다'

이지현,  그리운 것은 언제나 평행이었다

오늘 소중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브런치를 통해 아름다운 글을 연재하고 계신 이지현 시인의 귀한 시집을 자필 서명과 함께 얻을 수 있었죠. 이 시인의 시집 제목은 ‘그리운 건 너만이 아니다’였습니다. 사실 저는 시집의 제목과 표지, 그 안에 담긴 시들의 목록은 알고 있었습니다. ‘봄, 여름의 시’ ‘가을, 겨울의 시’ ‘삶, 사랑의 시’의 3부로 구성된 79편의 시는 사계(四季)처럼 지나가다 돌아오는 삶과 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었죠. 시집은 제목에서부터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리운 건 너만이 아니다’ 그 말이 왜 그리 가슴에 울리든 지요! 시는 그래야 하는 것 같습니다. 단 한 줄로 영혼의 끝줄까지 옭아매는 그런 짜릿함이 있어야지요.    


30년을 넘게 영문학을 가르쳤지만 우리말로 된 시의 아름다움과 감동을 가슴으로 느끼게 된 것은 사실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전공이 영미희곡이라 시 이론에 대해서도 익숙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모든 이들처럼 저에게도 시를 느낄 작은 마음 조각은 여전히 남아있었던 모양입니다. 이지현 시인의 마니아를 자처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저는 이 시인의 시를 사랑합니다. 소리 내어 읽기를 좋아합니다. 그 따뜻하고 애절한 감정의 풀어냄을 흠모합니다.     


시집을 손에 든 순간 저는 제목만을 보았던 시집 115 페이지의 시를 마치 목마른 길손처럼 허겁지겁 펴 들었습니다. 그저 막연히 오랫동안 느껴온 제 마음속 한 줄 같던 그 시, ‘그리운 것은 언제나 평행이었다’를 읽기 위해서였습니다. 시를 읽은 후 저는 그 깊은 여운을 한동안 말없이 느끼고 있었습니다. 삶과 사랑 그리고 그 아련한 추억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느낌이었기 때문입니다. 2011년 5월 20일, 시집이 처음 세상에 나왔던  십 년 전 그 날, 시인의 삶과 우연히 마주친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나간 많은 것을 떠올렸습니다. 시집의 뒷면 이 시인의 글처럼 말입니다.     


“추억의 힘이 유효할까? 답은 ‘그렇다’이다. 우리의 쓸쓸했던, 혹은 치열했던 추억들 모두, 주저앉지 마라, 우뚝 서서 열심히 걸어가라고 힘차게 등을 떠민 것이 나의 시다. 추억도 혼자 먼 길을 걸어왔다. 누구라도 절망하지 않고 그 추억과 동행하면서 걸어가길 바라는 것이 나의 시다. 추억에도 힘이 있다.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추억의 따뜻한 힘.                                                           

 

- 저자, ‘추억의 힘’에 대해 -    


그리운 것은 언제나 평행이었다

                          이지현     


언제나 강가에서 너를 만났다.

물풀의 냄새가 배인 그리움이

늘 흔들리며 울었다.     


사랑한다는 말을 차마 오래 하지 못했다.

네가 가만가만 흔드는 어깨가 한쪽

강물에 닿아 어둔 바다로 스미고 있었다.     


우주였던 그 깊은 마음을

낡은 선착장에 매어 두고

너는 아직도 그 강가에 있는데

아무래도 나는 이 생을

저벅저벅 걸어가야 하나보다.    


한 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해

지금 내가 단 한 번 그리워하는 시간

강물에 피어나는 물옥잠 보랏빛 그리움

네가 잠시 낡은 배를 저어

건너오는 시간.     


그 강기슭에 핀 물풀이 흔들려

네가 오는 소리

너는 아직도 가만히 강가에 있다.     


그리운 것은 언제나 평행이었다.     


What I Used to Miss Was Always Running Parallel

                                         by Lee, Ji-hyun     


I always met you at the riverside.

The yearning, soaked with the smell of a waterweed

Was always swaying and crying.    


I couldn’t bring myself to say ‘I love you’ for such a long time.

A shoulder of mine you used to shake softly

Touched the river and permeated into the dark sea.        


You are still there at the riverside,

Binding your deep heart like the Universe

To that old wharf.

But, anyhow, I have to drag my weary feet

Through this life.     


I have never said ‘I love you.’

Now is the time when I miss you only once,

The time you sail an old boat

And come across to me for a while.

Then, the purple yearning rises like a flower.     


The waterweed wavering by the riverside

Sounds like your coming.

You are still there by the riverside.     


What I used to miss was always running parallel.   


* '그리운 건 너만이 아니다'라는 시는 다음을 위해 아껴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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