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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Mar 11. 2021

세상을 모두 초록으로 칠할 순 없죠

어느 부자 상인 이야기

한 부유한 상인이 있었습니다. 뭐하나 부러운 것이 없던 그였지만 그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눈병에 걸려 심한 고통을 겪고 있었죠. 용하다는 의사들을 수없이 만나보고 좋다는 약은 다 먹어보아도 눈의 통증은 도무지 가라앉지를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뛰어난 의술을 지닌 한 승려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승려는 부자 상인이 겪는 것과 같은 질병을 과거에 치료한 적이 있다는 것이었어요. 그는 즉시 그를 집으로 초대해 자신의 병증을 호소했습니다. 승려는 상인을 보자마자 바로 처방을 내렸습니다. 당분간 초록색만 보고 절대 다른 색깔에는 시선을 주지 말라는 이었습니다. 백만장자 상인은 화가들을 불러 모으고 초록색 페인트를 잔뜩 구입해 온 집안을 초록색으로 칠하게 했습니다. 자신이 보게 될 모든 것에 초록색을 입혔던 것이지요.  

   

며칠 후 승려가 상인을 찾아왔습니다. 그러자 집안의 하인들이 즉시 초록색 페인트를 가져와 승려의 몸에 색칠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빨간색 도포를 걸치고 있었기 때이었죠. 당황한 승려가 그간에 있었던 일을 하인들로부터 전해 듣고는 한바탕 웃어댔습니다.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하다니요. 그냥 초록색 안경을 하나 사서 쓰면 될 것을... 그랬다면 이렇게 온 집안을 초록 페인트로 버려놓지는 않았을 텐데. 굳이 많은 돈을 들여야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고요. 세상 전부를 초록으로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문제는 우리의 시각입니다. 시각에 따라 세상이 바뀌게 되니까요. 발상의 전환이라고 하던가요? 세상의 틀을 바꾸려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죠. 우리 자신을 먼저 변화시켜야 하는 겁니다. 요즘 인문학적 상상력을 자주 얘기합니다. 그것을 창의성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영어의 ‘imagination’(상상력)은 ‘creativity’(창의력)와 동의어입니다. 그 상상력으로 인류는 문명과 문화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새로운 시각을 끊임없이 만들어낸 것이죠.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자유로운 상상력을 주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과학은 육체를 확장시키지만 문학과 예술은 그들의 마음을 넓혀줍니다. 과학의 정신은 곧 인문적 소양과 맞닿아 있습니다. 전문가의 육성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창의적인 전인격(全人格)을 키워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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