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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Mar 14. 2021

창 밖의 아름다운 벽

사랑, 정호승

한 병원의 2인용 병실에 두 명의 환자가 함께 누워있었습니다. 한 사람은 폐에 찬 물을 배출하기 위해 오후에 한 시간씩 침대에서 몸을 일으킬 수 있었습니다. 그의 침대는 바로 창문 옆에 있었습니다. 한편 옆 침대에 있던 환자는 하루 종일 누워있어야 했습니다. 두 사람은 매일 여러 시간 동안 쉬지도 않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내와 가족 이야기, 그들의 집과 직장, 군대 이야기, 그리고 휴가를 떠났던 장소들...    


매일 오후, 창가의 환자는 몸을 일으켜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을 옆 침대의 환자에게 이야기해주었습니다. 누워있던 환자는 옆 자리의 그가 묘사하는 아름다운 광경을 마음에 그리고 있었죠. 매일 한 시간 동안 창가 쪽 환자의 생생한 설명에 다른 환자는 비록 바깥을 볼 수는 없었지만 그 활기찬 창 밖 세계의 아름다움과 색채를 마음으로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창문 너머로는 아름다운 호수가 있는 공원이 보였어요. 오리와 백조가 물 위에 떠있고 아이들은 자신들이 만든 작은 배를 띄우고 있었습니다. 젊은 연인들이 팔짱을 끼고 무지갯빛 꽃들 사이를 걷고 있었죠. 거대한 나무들이 풍경을 한층 우아하게 만들었고 멀리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창가의 환자는 이 모든 모습을 너무도 절묘하게 묘사하고 있었어요. 옆의 환자는 마치 그 모든 그림 같은 장면들을 실제로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몇 날, 몇 주가 흘렀습니다. 어느 날 아침 병실에 마실 물을 가지고 왔던 간호사는 창가 환자의 싸늘한 주검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잠자는 동안 평화로이 세상을 떠났던 것이었습니다. 간호사는 슬픔 속에서도 병원의 직원들을 불러 그의 시신을 옮기게 했습니다. 얼마 후 옆 침대의 환자가 자신의 자리를 창가로 옮겨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간호사는 즐거운 마음으로 그의 자리를 정리하고 그를 침대에 편히 뉘었습니다. 홀로 있게 되자 그는 고통을 참으며 팔꿈치를 딛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습니다. 그리고는 그 아름다운 밖을 내다보았죠. 마침내 늘 이야기로 듣던 그 아름다운 풍경을 직접 보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는 기대에 부푼 채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았습니다.    


그 순간 꽉 막힌 앞 건물의 벽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놀란 그는 간호사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세상을 뜬 그 환자가 보았던 아름다운 바깥 풍경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의 물음에 간호사는 슬픈 얼굴로 대답했습니다.     

“그분은 그 벽도 보지 못했을 거예요. 앞을 못 보셨거든요. 아마 선생님을 즐겁게 해주려 하셨던 모양이네요.”     


누군가를 위해 이럴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눈을 감아도 아름다운 세상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기를 갈구합니다. 어둠을 밝히는 태양, 밤을 수놓는 별 빛만큼은 아니더라도 세상에 작은 의미라도 되기를 기원합니다. 작은 고통과 좌절에 모든 걸 잃고 헤매는 영혼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암흑 속에서도 길을 찾고, 비바람 속에서도 몸을 일으킬 수 있기를 갈망합니다. 그 모든 것이 우리 주변의 수많은 것들 속에서 기적처럼 일어나고 있음을 믿습니다. 그리고... 내 옆의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기를 원합니다.     


사랑

     정 호 승    


꽃은 물을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합니다    


새는 나뭇가지를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합니다    


달은 지구를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합니다    


나는 너를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합니다     


Love

    by Chung, Ho-seung     


Flowers can never go away from water

Even if they want to.     


Birds cannot depart from the branches

Even if they want to.     


The moon can never say goodbye to the earth

Even if it wants to.     


I can by no means leave you

Even if I want 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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