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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Apr 03. 2021

너무 늦은 꿈

멕시코의 한 해변 마을 부두에 작은 낚싯배가 들어왔습니다. 배에는 큼직하고 싱싱한 참치가 실려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미국의 한 사업가가 어부가 잡아온 참치를 보며 말했습니다.     


“대단하네요. 너무 품질이 좋은 참치예요. 이걸 잡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어요?”

“이 정도야 잠깐이면 잡죠.”

“그럼 조금 더 일해서 더 많이 잡으시지 그랬어요?”

“이 정도면 먹고 살만 하니까요.”

“그럼 남은 시간에 뭘 하세요?”     


두 사람의 대화는 이어집니다. 미국의 사업가는 어부의 한가한 태도를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여전히 가난한 어부로 살면서도 더 열심히 일할 생각을 하지 않다니! 하지만 어부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푹 자고 느지막이 일어나죠. 고기잡이야 금방 끝나니까요. 애들하고 놀고 아내와 낮잠도 즐기고요. 여긴 낮 동안 무척 덥거든요. 저녁에는 마을에 나가 와인도 한 잔 하고, 친구들과 기타도 치죠. 나름 무척 바쁘게 지냅니다.”     

그 말을 들은 미국의 사업가는 한심하다는 듯 충고의 말을 내뱉었죠.    


“나는 하버드에서 MBA를 했어요. 제가 한 마디 도움을 드리자면, 조금 더 시간을 들여서 고기를 잡으세요. 돈을 버셔서 더 큰 배도 한 척 사시고 그러면 수익이 올라가서 또 다른 배를 살 수 있게 되는 거죠. 선주가 되어 어획량이 커지면 중개상을 거치지 말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를 하는 겁니다. 아예 참치 가공 공장을 세워서 사업을 키울 수도 있고요. 그러면 이 작은 마을에서 벗어나 멕시코시티, 로스앤젤레스, 뉴욕에서 자신의 기업을 운영하는 겁니다.”     


어부가 순박한 표정으로 물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다 이루어지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한 15년에서 20년 정도 걸리겠죠.”

“그다음에는 뭘 하죠?”    


어부의 질문에 사업가는 득의만만한 웃음을 터뜨리며 소리쳤습니다.     


“그게 포인트예요. 기업을 공개하는 거죠. 그리고 회사 주식을 파는 겁니다. 수백만 달러를 벌 수 있다고요.”    

“그런데 그다음은요...?”    

“그야... 은퇴하는 거죠. 작은 어촌 마을에 집을 짓고, 실컷 잠도 자고, 아이들과 놀아주고, 아내와 낮잠도 자고, 저녁에는 마을에 나가 친구들과 어울려 노래를.....”          


‘아메리칸드림’(American Dream)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미국이 영국의 식민지에서 독립하고 19세기의 격변을 거쳐 20세기 세계의 강대국이 되는 200여 년의 세월, 아메리카 대륙 북부의 그 땅에는 조국을 떠난 수많은 민족들이 몰려들었습니다. 그들에게 미국은 바로 기회의 나라, 풍요의 땅, 민주주의의 마당이었습니다. 그 새로운 나라에서는 자신의 노력에 따라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었죠. 그래서 근면이 미덕이 되고, 그들의 욕망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많은 미국인들이 물질적 풍요와 사회적 성공이라는 꿈을 꾸고, 그 꿈의 실현을 위해 노력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먼 땅의 노동에 대한 윤리와 규범이 이 나라에도 들어와 해방 이후 산업화의 과정에서 한국인의 가슴에 들어와 박히고 말았지요. 하지만 이 땅은 미국처럼 넓지 않았어요. 성공의 가능성도 그렇게 크지 않았죠. 심각한 경쟁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서로를 미워하고 음해하고, 상대를 눌러야 비로소 부와 권력을 쥘 수 있다고 믿게 되었던 것입니다......     


위의 이야기는 우리의 삶에서 성공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성공을 위해 젊음을 바쳐 일하고 노력하는 것은 아름다운 삶의 자세입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이 있죠. 그것을 통해 성취된 모든 것들은 영원히 이 땅에 있겠지만 우리는 그 모든 것을 두고 떠나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내 곁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무의미한 시간처럼 느껴지는 성공에의 추구는 옳은 생각일 수 없습니다. 조금 여유를 갖고 살아야겠습니다. 작지만 따뜻한 방에서 잠들고, 배고프지 않을 만큼 먹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작은 삶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나이 든 사람의 뒤늦은 꿈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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