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용훈 May 04. 2021

자신만을 위한 세상

식량과 백신

오늘날, 이 풍요로운 세상에 아직도 굶주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스위스 제네바 대학의 교수였고 유엔 식량기구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장 지글러(Jean Ziegler) 박사는 자신의 저서 ‘왜 세상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원제 : La faim dans le monde expliquee a mon fils)에서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전체 식량이 120억의 인구를 먹일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렇게 묻고 있습니다, “왜 한 명의 아이가 5초마다 굶주림으로 죽어가야 하는가?” “왜 하루에 5만 7 천 여 명이 아사하고 있는가?” “왜 전 세계 8억 5천만 명이 굶주리고 있는가?”    


인류의 문제는 식량의 부족이 아닙니다. 우리가 먹다 버린 음식물 쓰레기를 상상해 보십시오. 문제는 남아도는 식량을 남에게 베풀지 못하는 데에 있습니다. TV를 통해 보는 아프리카 빈민들의 모습은 오늘의 풍족한 인류가 더 이상 자신만을 돌보는 것은 죄악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긴 남의 이야기만 할 때가 아닙니다. 2020년 통계에 따르면 북한이 세계에서 12번째의 기아 위험 국가로 분류되어 있으며, 영양 결핍 인구의 비율은 47.6%로 중앙아프리카 국가인 차드에 이어 세계 두 번째입니다. 인구의 절반이 영양부족이라는 얘깁니다.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언가 대책이 필요합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휩쓸고 있는 세상에서 굶주림의 고통까지 가해지는 것은 너무도 가혹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애써 상황을 외면합니다. 각종 국제기구들과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아문제는 쉽사리 해결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옛말에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가난의 책임은 가난한 자에게 있다는 말도 전혀 근거 없는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뼈만 앙상하게 남은 아이들과 영양실조 속에서도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어머니들을 보면서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방관하는 우리들의 모습은 참으로 어리석기 짝이 없습니다. 언젠가는 음식물 쓰레기 더미에서 허우적거리는 지상의 지옥을 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의 얘기는 물론 우스개지만 오늘날의 세상에 대한 신랄한 조롱과 풍자이기도 합니다.             


최근 세계의 식량 상황을 조사한 한 국제기구는 다음과 같은 호소문을 세계 각국에 보냈다.     


“제발 세계 다른 지역에서의 식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솔직한 의견을 보내주시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그 호소는 철저히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이유는;      


아프리카에서는 ‘음식’이 무슨 뜻인지 모른다.

동유럽에서는 “솔직한”이 무슨 뜻인지 모른다.

서유럽에서는 ‘부족“이 무엇인지 모른다.

중국에서는 “의견‘이 무엇인지 모른다.

중동에서는 “해결”이 무엇인지 모른다.

남미에서는 “제발”이 무슨 뜻인지 모른다.

미국에서는 “세계 다른 지역”이 무엇인지 모른다.    


웃을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현대의 인류는 자신 밖에 모릅니다. 하기는 이웃의 어려움도 알지 못하는 오늘날에 하물며 다른 나라의 일이 어떤 의미가 있겠습니까?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 백신에도 자국 우선주의가 적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인지상정이라 할지도 모르겠지만 남의 어려움에 눈 감는 세상이 온전히 안전할 수 있을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맹목적인 충성심의 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