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에 불밝히는 봄밤

정일근, '깨끗한 슬픔'

by 최용훈

깨끗한 슬픔

정일근


작은 마당 하나 가질 수 있다면

키 작은 목련 한 그루 심고 싶네

그리운 사월 목련이 등불 켜는 밤이 오면

그 등불 아래서 그 시인의 시 읽고 싶네

꽃 피고 지는 슬픔에도 눈물 흘리고 싶네

이 세상 가장 깨끗한 슬픔에 등불 켜고 싶은 봄밤

내 혼에 등불 밝히고 싶은 봄밤


Clean Sadness

Chung, Il-keun


If I can have a small yard

I would like to plant a magnolia.

When my dear April magnolia lights a lamp at night,

Under it, I wish to read a poem of the poet.

When flowers live and die, I want to shed tears in sorrow.

This spring night, I wish to light a lamp for the world’s cleanest sadness.

This spring night, I wish to light a lamp for my own soul.


봄밤에 읽은 시는 내 마음에 작은 슬픔의 파문을 일으킨다. 작은 마당에 피운 하얀 목련의 추억이 여전히 가시지 않아서인가 보다. 마당에 선 전등 속의 목련은 아름다웠다. 그 향기와 함께 세월은 흘러갔지만 그리운 사월은 영원히 내 가슴속에 있다. 봄밤, 흩날리는 꽃잎 속에서 눈물지으면 슬픔마저도 이리 투명한 것을. 목련꽃 떨어진 그 자리에서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는다. 그 한 구절이 내 지친 영혼에 불 밝히길 바면서...


마음속의 풀리지 않는 모든 문제들에 대해

인내를 가지라.

문제 그 자체를 사랑하라.

지금 당장 해답을 얻으려 하지 말라.

그건 지금 당장 주어질 순 없으니까.

중요한 건

모든 것을 살아 보는 일이다.

지금 그 문제들을 살라.

그러면 언젠가 먼 미래에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삶이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줄 테니까.

(라이너 마리아 릴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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