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병, '새'
새
천상병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 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A Bird
by Chun, Sang-byong
In an empty space of my soul,
That lives lonely and dies lonely
A new day comes when birds sing and flowers bloom.
The day is the day when I die,
And the next day.
When the songs for life,
For beauty
And for love
Are ringing loudly,
I am a bird
Sitting in a ditch and on a branch.
On a friendly season
On sundays of joy and sorrow
Between the moments you come to know, not know, and forget
A bird,
You sing loud.
A bird, sing and saying
There was something good
And something bad.
In life.
홀로 살다 홀로 죽은 후에도 새 날은 온다. 여전히 새들이 노래하고 꽃은 피어나겠지. 그리고 그 다음 날도 그러하리라. 삶을 노래하고, 아름다움을 느끼고, 사랑을 찬미하는 순간, 나는 여전히 한 마리 새였음을! 먹이를 찾아 도랑을 뒤지고, 나뭇가지 위에서 잠시의 휴식을 취하는 한 마리 작은 새. 좋은 계절과 번잡한 날들 그리고 만 가지 생각에 흔들리는 시시때때로, 나는 노래한다. 목청을 높여 한 마리 새처럼. 그리고 어느 순간 그리워하겠지. 그 좋았던 시절, 그 아팠던 세월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