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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un 21. 2021

새는 한 번도 자유로운 적이 없었다

김수영 : 푸른 하늘을

푸른 하늘을

        김수영      


푸른 하늘을 제압(制壓)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웠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修正)되어야 한다.     


자유를 위해서

비상(飛翔)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있는가를

혁명(革命)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혁명(革命)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The Blue Sky

           Kim, Soo-young     


A poet’s words need revising

When he envies a skylark

Seemingly and freely dominating

The blue sky.     


A man,

Who has ever soared up

For freedom, knows

What the skylark sees

While singing,

Why freedom smells of

Blood,

Why revolution is

So lonely.         


Why revolution has to be

So lonely.     


하늘을 나는 새는 한 번도 자유로운 적이 없습니다. 끊임없이 날갯짓을 해야 하고 잠시 쉬어갈 나뭇가지를 찾아야 하니까요. 새는 한 번도 푸른 하늘을 제대로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조금의 바람에도 흔들리고, 눈비라도 내리면 갈 곳을 잃어버리기도 하니까요. 그래도 날렵하게 선회하는 그 비행을 볼라 치면 늘 올려다봐야 하는 사람들은 자유를 느낍니다. 허공을 휘젓는 힘과 활력을 느끼기도 하죠. 그래서 새는 언제나 자유를 상징합니다. 갈망의 울음소리는 지저귀는 노랫소리가 되어 아침의 맑은 공기 속에서 평화를 느끼게 해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하늘을 치솟아 날아보지 못한 사람은 새의 아픔을 알지 못합니다. 그의 자유로움이 얼마나 큰 고통 속에 이루어지는지를 깨닫지 못합니다.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거저 얻어진 자유는 진정한 자유가 아닙니다. 그것은 저항과 거부의 몸짓을 통해 무수한 상처 가운데 획득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유에서는 피의 맛이 느껴집니다. 자유를 얻기 위한 혁명은 홀로 날갯짓하는 새처럼 외로울 수밖에요. 외롭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자유를 위한 혁명의 전제조건이지요. 시인은 노고지리의 자유를 믿지 않습니다. 그래서 새의 자유를 동경했던 시인들을 향해 말합니다. 그 자유가 무엇을 위해, 어떤 아픔을 겪어 이루어지는 것인가를 알아야 한다고. 하늘을 나는 새들이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지를 생각하지 않고는 진정한 자유를 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늘을 제압하여 날고자 한다면, 우리는 자유를 위해 흘린 피의 희생과 그 외로움을 깨달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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