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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각의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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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ul 04. 2021

애꾸눈 아빠

내 아버지는 애꾸눈이었습니다. 나는 그가 싫었어요... 너무 창피했죠. 그는 하필 내가 다니는 학교의 식당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어느 날인가 학교에서 아버지가 내게 다가와 아는 척을 했어요. 나는 몹시 수치스러웠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거죠? 나는 그를 무시했어요. 그에게 경멸스러운 눈빛을 던지고 달아났습니다. 다음날 학교에 갔더니 같은 반 아이 하나가 놀리더군요. “너 네 아빠는 눈이 하나던데...!” 나는 그야말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아버지가 아주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날 집에 가서 아버지를 만났을 때 나는 소리쳤어요. “나를 웃음거리로 만들 거면 차라리 아빠가 죽었으면 좋겠어요.”         


아버지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너무도 화가 나서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죠. 아버지의 감정 따위는 전혀 상관이 없었어요. 나는 그 집을 나오고 싶었어요. 그와 아무 관계없이 살고 싶었죠. 그래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유학의 기회를 얻었어요.    


세월이 흘러 난 결혼을 했고, 집도 샀습니다. 아이들도 생겼고요. 아내와 아이들 그리고 안락함, 무엇 하나 부러울 게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가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여러 해 동안 보지 못했던 아버지는 손자들 얼굴도 모르고 있었어요. 그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이들이 그를 보고 웃었습니다. 나는 그에게 소리쳤죠. 왜 부르지도 않았는데 불쑥 찾아왔냐고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습니다.     


“어떻게 내 집에 찾아와 아이들을 겁나게 할 수 있는 거죠! 여기서 나가요. 당장!!!”     


나의 말에 아버지는 조용히 말했습니다.     

“미안합니다. 제가 주소를 잘못 알았군요.”    


그리고 그는 돌아서 멀어져 갔습니다.       


어느 날 고향 초등학교에서 홈커밍 파티에 참석해달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나는 아내에게 출장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고향 마을로 갔습니다. 그리고 모임이 끝난 후 그 초라한 나의 옛날 집을 찾아갔죠. 그저 호기심에서였어요. 나를 본 이웃들이 말했어요. 바로 얼마 전 아버지가 죽었다고요. 나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내게 편지 한 통을 건네주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에게     


늘 네 생각을 한단다. 괜히 네 집을 찾아가 아이들을 놀라게 해 미안하구나. 네가 학교 모임에 참석한다는 소리를 듣고 기뻤단다. 하지만 내가 몸이 너무 안 좋아 너를 보러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구나. 자라면서 늘 나 때문에 창피하게 만들어 너무 미안했다. 그런데... 네가 아주 어렸을 때 사고가 있었단다. 너는 한 눈을 잃었어. 아버지로서 네가 그런 모습으로 성장하는 것을 그냥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지. 그래서 내 한 눈을 네게 주었어. 나는 내 대신에 내 아들이 완전하고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 너무도 자랑스러웠었다.    


사랑하는 아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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