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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ul 16. 2021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

황지우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  

                                    황지우    


초경을 막 시작한 딸아이, 이젠 내가 껴안아줄 수도 없고

생이 끔찍해졌다

딸의 일기를 이젠 훔쳐볼 수도 없게 되었다

눈빛만 형형한 아프리카 기민들 사진;

"사랑의 빵을 나눕시다"라는 포스터 밑에 전 가족의 성금란을

표시해놓은 아이의 방을 나와 나는

바깥을 거닌다, 바깥;

누군가 늘 나를 보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사람들을 피해 다니는 버릇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모르겠다

옷걸이에서 떨어지는 옷처럼

그 자리에서 그만 허물어져 버리고 싶은 생;

뚱뚱한 가죽부대에 담긴 내가, 어색해서, 견딜 수 없다

글쎄, 슬픔처럼 상스러운 것이 또 있을까     


그러므로,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혼자 앉아 있을 것이다

완전히 늙어서 편안해진 가죽부대를 걸치고

등 뒤로 시끄러운 잡담을 담담하게 들어주면서

먼 눈으로 술잔의 수위만을 아깝게 바라볼 것이다     


문제는 그런 아름다운 폐인(廢人)을 내 자신이

견딜 수 있는가, 이리라    


One Day I will Be Sitting in a Gloomy Tavern

                               Hwang, Ji-woo    


I can no longer hug my daughter

Who just begins her menarche.

My life has become terrible.

I can no longer furtively look at her diary.

The pictures of starving Africans with glaring eyes;

Just beneath the poster reading “Share the bread of love”

She marked a family donation column.

Out of her room, I am walking outside, outside;

I wonder when my habit of walking apart from people started.

Like a dress sliding down from a hanger

Now I want to break down my life just where I am.   

I cannot stand any more.

How awkward it is to put myself in a chubby leather bag!

Well, is there anything meaner than sorrow?     


Therefore, one day I will be sitting alone in a gloomy tavern.

Putting on a very old, saggy and comfortable leather bag,

Somberly listening to noisy talks behind my back,

I will anxiously watch the level of wine in a glass with a far-away look.    


The problem is whether I myself can bear

Such a beautiful, crippled man.     


어느 날 우리는 그렇게 흐린 기억 속에 앉아있겠죠. 가슴 한가운데로 차가운 바람이 지나는 휑한 외로움에 지쳐가겠죠. 다 커버린 아이들의 삶은 그들만의 것이 되고, 나는 어느새 타인의 시선을 꺼리게 되었습니다. 흘러버린 옷처럼 주저앉고 싶은 순간이 오면 내 추레한 모습에 어딘가로 숨어들고 싶습니다. 슬픔의 아름다움조차도 추해지는 것 같아 자꾸 흐린 그곳으로 도망가고 싶습니다. 익숙한 자루에 몸을 맡기고 세상 얘기들을 귓전에 흘리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문제는 내 마음이 그것에 아직 자리를 내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겠죠. 언젠가는 그 흐린 주점에 홀로 앉아 줄어드는 술잔을 아련히 바라볼 것을 알면서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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