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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ul 18. 2021

밤에 익숙해 지는 것

로버트 프로스트

Acquainted With The Night

                   Robert Frost     


I have been one acquainted with the night.

I have walked out in rain—and back in rain.

I have outwalked the furthest city light.    


I have looked down the saddest city lane.

I have passed by the watchman on his beat

And dropped my eyes, unwilling to explain.    


I have stood still and stopped the sound of feet

When far away an interrupted cry

Came over houses from another street,    


But not to call me back or say good-bye;

And further still at an unearthly height,

One luminary clock against the sky    


Proclaimed the time was neither wrong nor right.

I have been one acquainted with the night     


밤에 익숙해지는 것

              로버트 프로스트     


나는 밤에 익숙해진 사람이다.

빗속을 걸어 나갔다가 빗속에 돌아오기도 하고

가장 먼 도시의 불빛 너머까지 걷기도 하였다.     


나는 가장 슬픈 도시의 골목길을 내려다보았다.

순찰 중인 경찰관 옆을 지나칠 때는

말이라도 걸어올까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 자리에 멈추어 발소리를 죽였다.

저 멀리 모르는 거리에서 집들을 넘어

들려오던 외침이 끊기는 순간이었다.     


그것은 나를 부르거나 작별을 고하는 것이 아니었다.

저 멀리 아득히 높은 곳

하늘에 걸린 빛나던 시계가     


그르지도 옳지도 않은 시간임을 알려주었다.

나는 밤에 익숙해진 사람이었다.     


밤이 더 좋은 사람들이 있다. 나도 그렇다. 그래서 아침의 그 신선한 햇살과 바람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밤의 고즈넉함은 나만의 세계로 향하는 길을 열어준다. 어둠 속에 빛나는 달빛과 별빛까지 더해지면 더 이상의 판타지는 없다. 한 밤의 빗속을 걸어본 적이 있는가. 그 빗소리가 그림자 없는 밤의 외로움을 달래줄 유일한 소리임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하지만 밤의 정취는 저 멀리서 희미하게 전해지는 불빛과 수많은 낮의 사연들을 검은 망토로 가리고 숨죽인 채, 비틀거리는 골목길의 침묵 속에 있다. 어디선가 밤을 쪼개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린다. 걸음을 멈추고 귀 기울이는 순간, 소리는 사라지고 사위는 다시 적막에 잠긴다. 나와는 전혀 관계없는 그 소리가 어둠 속에 스쳤던 강렬한 키스만큼이나 가슴에 짙은 자국을 남긴다. 명멸하는 밤하늘의 빛들이 시간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어차피 이 밤이 지나면 다시 아침이 오고 낮이 오고 그리고 다시 밤이 올 것을 알고 있으니까. 이미 나는 밤과 사랑에 빠진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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